RaySoda

김현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갔다. 그 전에 서울에 가본 횟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었다. 정신없는 입학식이 끝나고 가족들이 떠나자 타향살이라는 것이 실감이 났다. 첫 한해 동안에는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서울은 시끄럽고 복잡하고 매정한 곳이라 어리숙한 나에게는 감당이 되지 않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학교와 자취방 주변에서 1년이 그렇게 지나갔다.
그때가 좋았지요.
2011. 4 부산
경포대 풍경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1.
고향의 골목 풍경
나른한 가을의 주말 오후.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세상
2013. 10 화천
고향의 골목 풍경
나목
깊어지는 가을
다대포 겨울 풍경
시간은 부지런하다.
그날은 먼 바다에서 자욱히 안개가 밀려왔다. 나는 모래 언덕에서 서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눈 앞에 바다가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풍경들과 나도 함께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짙은 안개 속에서 갈대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들리고, 습하고 차가운 안개가 내 코를 통해 폐 속으로 들어왔다. 그러한 감각에 취해 사진기를 내려놓고 한참을 우두커니 서있었다. 눈으로는 풍경을 온전히 느끼는 것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물며 사진은 얼마나 제한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