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강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한다.
도시의 시끄러운 소음들이 강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대신 사람들의 웃는 소리, 자전거 지나가는 소리, 바람소리가 그 공간을 메우는데 그 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소리는 바람소리다.
무수한 물결들이 포개지고 포개져, 강물은 고요히 서쪽으로 나아간다.
서울에는 저 물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강물처럼 살아간다.
2.
나는 강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한다.
걸으면서 보이는 강 건너편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강 건너에는 건물이 빼곡히 서있고 도로 위에는 차들이 어딜 가는지 쌩쌩 달리고 있다.
한적하게 걷는 나와 다르게 강 건너의 세상은 바쁘기만 하다.
서울에 10년을 넘게 살았지만, 서울과 나 사이에는 커다란 강이 흐른다.
3.
나는 강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한다.
쓸쓸하다고 느껴지는 날이나 속상한 날이면 사진기 하나 둘러매고 청승맞게 걷기 시작한다.
무심히 흘러가는 강을 바라보며 한장 한장 찍는다.
풍경에 감정이 있을리가 없다.
하지만 내가 담은 사진에서 감정을 느낀다면 그건 바로 나와 당신의 감정일 것이다.
2008. 8 서울 한강
minolta AF 17-35 + e100v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