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는 비를 피해 찾아갔던 짧은 처마 밑에서
아슬아슬하게 등을 붙이고 서 있던 여름날 밤을
나는 얼마나 아파했는지
체념처럼 땅바닥에 떨여져
이리저리 낮게만 흘러다니는 빗물을 보며 당신 생각을 했는지
빗물이 파놓은 깊은 골이 어쩌면 당신이었는지
칠월의 밤은 또 얼마나 흘러가버렸는지
땅바닥을 구르던 내 눈물은 지옥 같았던 내 눈물은
왜 아직도 내 곁에 있는지
칠월의 길엔 언제나 내 체념이 있고
이름조차 잃어버린 흑백영화가 있고
빗물에 쓸려 어디론가 가버린 잊은 그대가 있었다
여름날 나는 늘 천국이 아니고
칠월의 나의 체념뿐이어도 좋을 것
모두 다 절망하듯 솓아지는 세상의 모든 빗물
내가 여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칠월,허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