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ySoda

psyosim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결국엔 보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먼저. 그렇게 아끼던 핸드폰도 이제는 없다. 유난히 거울이 더럽고, 손도 더럽다. 발도 더럽고 얼굴도 더럽다. 중에서도, 계속 걱정이 되는 건 관계가 아니라, 무뎌질 감각이란 점이 (가장) 싫다. 나는 역하고 더러운 것이 꼭 좀비같다. 빨리 잊고 모든 것이 평화롭게 돌아오길 빌고 또 빌었다. 좀비의 기도란 것도 신께서 들어준다면. http://www.raysoda.com/BDS/96115/PP/576691/IMG_1647_copy.jpg
맛도 없는 우유를 억지로 마시며 키가 크려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마 키 따윈 이제 크지 않겠지. 난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잠도 늘 불규칙하게 자니까. 게다가 대체로 늦게 자거나, 그게 아니면 지하철에서 졸거나, 혹은 아무 이름도 없는 길에서 쓰러져 자곤 하는 것이 태반이니까.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곤, 우유를 던져버렸다. 새로 산 카펫이 더러워졌지만, 고양이가 와서 핥아먹으면 적어도 우유가 썩는 냄새는 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쏟아진 우유를 치우는 일은 관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