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없는 우유를 억지로 마시며 키가 크려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마 키 따윈 이제 크지 않겠지. 난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잠도 늘 불규칙하게 자니까. 게다가 대체로 늦게 자거나, 그게 아니면 지하철에서 졸거나, 혹은 아무 이름도 없는 길에서 쓰러져 자곤 하는 것이 태반이니까.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곤, 우유를 던져버렸다. 새로 산 카펫이 더러워졌지만, 고양이가 와서 핥아먹으면 적어도 우유가 썩는 냄새는 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쏟아진 우유를 치우는 일은 관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