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도 없는 우유를 억지로 마시며 키가 크려면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마 키 따윈 이제 크지 않겠지. 난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마시고, 잠도 늘 불규칙하게 자니까. 게다가 대체로 늦게 자거나, 그게 아니면 지하철에서 졸거나, 혹은 아무 이름도 없는 길에서 쓰러져 자곤 하는 것이 태반이니까.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곤, 우유를 던져버렸다. 새로 산 카펫이 더러워졌지만, 고양이가 와서 핥아먹으면 적어도 우유가 썩는 냄새는 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쏟아진 우유를 치우는 일은 관뒀다. 오늘도 어떤 진짜같은 거짓말을 할까 생각하던 찰나에, 여자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나는 지금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이라고 거짓말을 했다. TV의 채널을 잽싸게 CNN으로 돌렸다. 소리를 최대로 높였더니, 머리가 노란 양키 아나운서가 쉴 틈도 없이 내뱉는 꼬부랑 말이 방 안에 울려 퍼졌고, 난 적당히 통화 중인 여자 친구에게 들릴 정도로, 와우, 릴리? 어허? 하는 등의 소리를 내었다. 듣기에 썩 우스꽝스러웠지만, 여자 친구는 미국에서 꼭 자신의 선물을 사왔으면 좋겠다고 호들갑을 떨고는, 곧 전화를 끊었다. 아마 전화를 끊고선 미친 새끼라고 욕을 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구입한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고선, 여자 친구가 하지 않았는지도 모를 욕에 동감했다. 그리곤 바닥에 쏟아진 우유를 핥아먹는 고양이를 걷어찼다. 캬옹.
psyosim
2011-02-24 18: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