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구려찬장에붙은칼라사진한장

작지만 큰 그릇 2009년 늦은 가을 무렵 바다 바람이 조금은 차가웠던 날..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아내 친정 식구들과 동행한 여행길이었습니다. 다들 찬 바람에 몸서리를 치면서도 바다 내음과 몰아치는 파도를 구경하려 온 식구들이 해변가에 모여 들었습니다. 여기 저기 자리를 잡고 좋은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우왕 좌왕 거렸고.. 우리 가족도 한껏 들뜬 큰 아이를 선두로 아내와 작은아이가 포즈를 잡았습니다. 날도 추운데 "자~ 치즈.. 웃어봐~" 하는 아빠의 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작은 아이 수빈이는 시큰둥 합니다. 웃어보라는 말에 오히려 반항이라도 하듯 고개를 숙이는 수빈이의 사진이 눈에 밟힙니다. 2년이 훌쩍 더 지나 지금은 키도 더 크고 더 이뻐졌지만.. 무엇보다도 수빈이가 조금씩 마음의 그릇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즐겁습니다. 아직은 언니보다 못한게 많아서 가끔 뾰루퉁하고 심통을 부리기 일수지만.. 마음 속 깊이 가족을 생각하고 배려하려는 마음이 누구보다 크다는 것을 잘 압니다. ... 사랑하는 수빈아.. 올해 3학년이 되는구나.. 아빠가.. 우리 수빈이 많이 사랑하는거 알지? 아빠 닮아서 손과 발이 축축한 탓에 고생이 많아.. 마음이 많이 아프다. 항상 건강하고 이쁘게 착한 마음으로 올해를 맞이하길 바라고.. "사랑한다 수빈아~" ...
우주로의 여행 우주인이 되기 위한 여러 코스 중에 하나로 강한 회전 동체 속에서 정신을 잃지 않는 코스가 있답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더 안전하고 덜 위험하게 만든 곳이어서 안심하고 들어갔습니다. 아내와 저는 여유있는 표정으로 '별거 아니겠지.. 애들도 타는데..' 이런 심정으로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이내 회전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까딱 하다가는 아이들 앞에서 망신을 당할 듯 하여.. 일전에 TV에서 김연아 선수가 그 많은 회전을 하면서도 어지럽지 않게 하는 훈련을 위해서 한바퀴씩 돌때마다 같은 곳만 바라보면 된다던 내용을 떠올렸습니다. 아내에게 소리쳤습니다. "한곳만 바라봐.. 그럼 괜찮을거야..!"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속은 메스껍고 머리는 빙빙 도는게 오로지 생각은 '제발 멈춰라~~~~~~~' 생각해보니 이건 제가 도는게 아니라 제가 탄 동체가 도는 것이라 효과가 없는가 봅니다. 어찌된 것인지 회전이 멈추고 나서도 아이들은 쌩쌩합니다. 오히려 또 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아내와 저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빠져나왔습니다. 휘청거릴 듯 어지러운 기운을 억지로 감추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 다른 곳에도 재밌는게 많네.. 저리 가보자.." 덧, 나로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기원합니다.
태양계 여행 하루짜리 휴가를 받아서야 그토록 미루던 처가댁 방문에 과감히 도전장을 던지고 새벽같이 출발하였습니다만.. 4시간 사투 끝에 꽉 막힌 도로를 뒤로 하고 평소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고 싶다던.. 옥토끼 우주관 관람으로 행선지를 바꾸었습니다. 다시 2시간 여를 돌아가 도착한 전시관을 들어서니 태양계 여행 전시장이 제일 먼저 우리를 맞이합니다. 내 어린시절 그토록 숱하게 외우던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어.. 그런데 태양계 행성이 8개 밖에 안보입니다. 내가 잘못 본건가 싶어서 여러차례 다시 둘러봤지만 여전히 8개입니다. 어렴풋이 몇년전에 봤던 기사가 스칩니다. 명왕성이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될거라는 기사였던거 같은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는 직접 전시된 행성 모형들을 경험하고 나서야 실감이 갑니다. 사진을 올리면서 좀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해서 검색해 보았습니다. 저처럼 아직도 명왕성이 태양계에서 퇴출된지 모르시는 분들이 꽤나 많으시더군요. .. 검색결과를 간략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국제연맹에서 규정한 행성의 조건은 ① 태양을 돌며 ② 구형에 가까운 모양을 유지할 수 있는 질량이 있어야 하며 ③ 궤도 주변에서 지배적인 천체 이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해야만 "행성(planet)"에 합당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명왕성이 행성에서 퇴출당한 이유는 행성과 위성의 관계로 알고 있던 명왕성과 카론이 사실은 서로 맞물려 돌고 있는 이중행성이라는 점과, 다른 행성들에 비해 태양 주위를 도는 궤도의 이심률이 지나치게 커서 입니다. 게다가 관측 기술의 발달로 명왕성과 비슷한 여러 천체들이 관측 되었고, 그에 따른 논란으로 명왕성을 행성에서 제외하고, 명왕성,카론 등을 묶어서 왜소 행성으로 명명하게 됩니다. 만약 명왕성을 계속 행성으로 두면 이 천체들도 모두 행성으로 껴야 한다고 생각한 IAU는 2006년 여름에, 태양계 행성의 조건에 "해당 구역에서 가장 지배적인 천체여야 한다." 라는 조건을 끼어 맞추어 명왕성을 태양계 행성에서 퇴출 시킵니다.
그리움 제 기억 속에 처가댁은 항상 푸근하고 아늑합니다. 대학시절부터 아내를 사귀면서 제 집 드나들 듯이 왕래하던 곳이라.. 장모님이 차려주시는 구수한 된장찌개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 먹어보았을 때의 그 맛은 생소한 맛이라 갸우뚱 했지만.. 금새 입에 달라붙어 버린 강원도 막장 찌개란.. 생각만해도 입안에 침이 고입니다. 바닥이 보일 정도가 되어서도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밥이 계속해서 땡기던.. 항상 푸근하고 자상한 얼굴로 맞아 주시던 장모님 얼굴이 더욱 그립습니다. 특별한 날이 되어서나 가끔씩 서울로 올라오시는 두분을 뵙는게 전부이고.. 찾아뵌지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올해는 꼭 찾아뵐려고 했는데.. 갑자기 생겨버린 회사일로 여름 휴가가 어렵게 되버렸습니다. 너무 죄송한 마음만이 가득합니다. 97.11 아내의 핸드폰 사진 (이 때도 아내와 아이들만 내려갔었던.. 올해도...)
내자식 안수빈 가족 모두 자고 있는 새벽 아침.. 출근을 앞두고.. 간단한 요기를 위해 식탁에 앉았습니다. 어제밤에는 못보았던 낯선 그림 하나가 냉장고 옆 벽에 붙어있더군요. 내용은 이랬습니다. .. 잘못했읍니다. 엄마 사랑해. 아프로는 안그럴게요. 엄마 선물 엄마도 나 사랑하지! 나도 엄마 사랑해 나도 엄마 마음 알고 있어 .. 아마도 수빈이가 뭔가 잘못을 하고 엄마한테 단단히 혼이 났었나 봅니다. 반성하는 마음에 그림을 그리고 엄마를 사랑한다는 마음을 표현한 글이.. 아침 출근을 앞둔 제 마음을 짠하게 흔들었습니다. 어리기만 한 녀석이.. 엄마 마음 알고 있다는 한마디가.. 그저 사랑한다는 마음 그 이상으로.. 내자식이구나 하는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사랑해.. 수빈아.. 아빤.. 너 마음 알아..~
봉사정신 어느날 문뜩 기진이가 집밖에서 놀다가 들어와서는 집게와 비닐봉지를 찾았습니다. 무슨 일로 그러냐 물으니..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치우려고요.." 이럽니다. 뭘 하나 싶어서 쫓아 나갔더니.. 하수구를 매립하고 그 위를 뚜껑으로 막아둔 사이 사이에 낀 이물질들과 담배꽁초들이.. 무척이나 더러워 보였나 봅니다. 어설픈 집게질로 하나하나 잡아서는 검은 봉지에 담기 시작합니다. 하도 기특해서 후다닥 들어와 카메라를 챙겨서는 몇장 찍어두었습니다. 청소를 꽤나 오래동안 하고서야 들어온 기진이에게 학교에서 시킨거냐고 물으니.. "아니요.." 하면서 환하게 웃습니다. ...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지 않습니까? ^^;
변화의 기다림 기진이가 유치원 다니던 2년전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아이에 대한 부모와 선생님간의 상담 시간이 있었고.. 아내가 바쁜 강의 일정으로 인해.. 대신 참석하게 된 자리에서.. 기진이가 유치원 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만들었던 작품들을 보면서 뿌듯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기진이의 부족한 자신감에 대한.. 또 나로 인해서 물려받았을 유전적 요인에 의한 대중 기피증..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유치원 선생님께 상담을 드렸고... 선생님은 수많은 어린이들을 가르쳐 본 경험에 비추어.. 기진이는 지금도 잘 해내가고 있고.. 노력하는 모습을 봐서 금방 나아질거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와의 대화에서 여전히 기진이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쉽게 떨쳐지질 않았으며 어떻게 하면 자신있는 모습을 갖게 될지에 대한 대화를 많이 했습니다. ... 서울광장에서 벌어진 페스티벌에서 기진이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너무도 당차고 밝고 신이나게 춤을 추었습니다. 초등학생이 된 기진이는 학급내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학생이 되었고.. 학습 능력을 비롯한 모든 부문에서 최고로 우수한 아이가 되었습니다. 과거 이렇다할 방법이 없어서 웅변학원을 보내볼까 생각을 했었지만.. 그저 묵묵히 기다리며 아이가 이루어 낸 것에 대한 칭찬을 통해서..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 가장 큰 효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라는 말처럼 말입니다. http://nfeel.co.kr/delicate/383 <- 꼭 보세요..^^
전시회 레이소다 전시회 '여'에 전시된 사진들을 관람하다.. 아내가 사진에 대한 설명이 적힌 인쇄물을 보며 서 있습니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던 인쇄물을 보면서.. ... 레이소다 최초의 전시회 '여'는 무엇을 남긴 것일까요?
한복 제 아내가 한복이 저렇게 잘 어울리는지 참으로 몰랐습니다. 아내가 결혼할 때 샀던 초록과 붉은색이 들어간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본지도 벌써 수년이 흐른지라.. 오랜만에 보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왠지 다른 사람들은 촌스럽기만 하고 어울리지 않던 한복이.. 아내가 입으니 화사하니 이쁩니다. 게다가 양쪽에 딸애들을 치마를 뒤집어 씌워 놓으니.. 애들 모습이 영낙없이 곱디 고운 양갓댁 규수 같습니다. 나중에 울 이쁜 여인네들 이쁜 한복 사줘야 할거 같습니다.
떠든 사람 요즘에는 어떤지 모르겠는데.. 386.. 이젠 486이 된 세대들은 공감할 '떠든 사람'에 대한 추억들이 존재할 거라 생각합니다. 당시에는 특권이나 다름없는 떠든 사람을 적는 친구에게.. 떠들어서도 칠판에 적히지 않으려고 친한척 하던.. 또 그 친구는 대단한 아량인냥.. "좋아 한번만 더 기회 준다.. 다시 떠들면 적을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때에도 원리원칙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친구는.. 조금만 떠들어도 바로 칠판에 이름을 적어버립니다. 칠판 한 귀퉁이에 이름이 꼭대기까지 가득차게 적혀지게 되는 경우도 간혹 생기고요. 재밌는건 적힌 후에 정숙하게 조용히 지내면.. 가끔 지워주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 돌아올 시간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얼마나 조바심이 났던지.. ㅎㅎ ... 기진이가 좀 더 바르게 앉아 있는걸 보면 먼저 학교를 들어간 티가 나는 것 같습니다. 수빈이도 내년이면 학교를 들어갈텐데.. 녀석도 언니만큼 잘 적응하겠지요..^^
이발소 어릴적에 남자가 미용실을 가는건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반드시 남자는 이발소를 가야만 하던 시절이었고.. 내가 즐겨가던 이발소는 한남동 산동네에 있던 골목길을 타고 올라가다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좌석이 두어개 정도 남짓 있었던.. 아마도 지금 생각에는 정식 허가를 받았던 곳은 아니었던 듯 싶다. 그만큼 가격도 일반 대로변에 있던 이발소와는 비교도 안되게 쌌었다. 어느 시절쯤이었는지.. 서서히 이발소들이 미용실에 밀려.. 경쟁에 밀리지 않으려고 퇴폐업소들이 생겨나면서.. 이발소는 가지 말아야 할 곳이 되어갔다. 그렇게 수십년이 흘러.. 미용실에 들어가는게 더 자연스러워진 지금.. 최근에 자주 가던 미용실이 문을 닫으며.. 다시금 생소한 미용실을 새로 터야 한다는 부담감이 밀려온다. 역시나 미용실은 여자들의 공간으로 더 어울리고.. 남자들은 이발소가 더 잘 어울린다. 그 면도 거품향이 살며시 떠오른다.
용기 남 앞에 자신을 드러내어 서는건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아직은 부끄러운 듯 몸을 비비꼬는 작은애가.. 그래도 난 무척이나 자랑스럽다.
공중전화 이 빨간 공중전화를 보자 옛날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아내와 대학 시절 만나 사귀면서 방학이 되면 서울과 강원도로 떨어져 지내야 했고.. 잠시도 참기 힘든 마음에 공중전화를 붙들고 살았던... 그때만해도 이런 공중전화와 신식 공중전화가 같이 쓰이던 때여서.. 가끔씩은 눈에 띄기도 하였습니다. 근처 구멍가게에서 교환한 동전을 수북하게 쌓아두고 달그닥 달그닥 거리며.. 동전 떨어지는 소리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그렇게 목소리를 들으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거리가 먼만큼 동전 떨어지는 소리도 빨라서 금새 돈이 바닥나곤 했지만.. 그렇게라도 아내의 목소리를 실컷 들어야 그날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었습니다. 어느새 강산이 2번 변할만큼 지난 세월이지만.. 기억은 아직도 엊그제 처럼 생생합니다.
아내도 소시적엔.... 젊은 아가씨와 사진을 찍으라 하니 살짝 새침하게 표정 지으며 좀 더 어려보이려는 아내가 귀엽습니다. 아내도 분명 소시적엔.. 저 아가씨처럼 팽팽한 미모를 자랑하던 시절이... ... 결코 없었습니다. ^^ 오히려 아내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 미모가 더해가고 있으니.. 가끔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가시는 길에 부쳐 가슴에 묻은 그날에.. 대한문 어느 귀퉁이 아내가 남긴 편지 .. 노무현 대통령님 한번도 뵙지 못했는데 이렇게 되고보니 너무 후회됩니다. 힘든 시간 함께하지 못해 드린 것도 너무 죄송합니다. 대한민국에 당신같은 지도자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요? TV를 틀면 나오는 대통령님의 환한 미소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단 한번이라도 내가 존경할만한 대통령님이 존재했었다는 것으로 마음에 희망과 위안을 삼겠습니다. 부디 아프지 마시고 하늘 나라에서 행복한 미소를 짓고 계시길 기원합니다. 사랑하는 제 두 딸과 함께 동행했습니다. 존경받는 지도자의 가시는 길을 함께하고 싶었습니다. 정말 슬픕니다. 너무 슬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