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5.21 그리고 10년 - 5
<시내 관광>
신전 관광을 잔뜩 찌푸린 얼굴로 다니던 아내가 시내로 내려오는 길에는 어느새 얼굴이 풀어졌습니다.
특별히 무슨 계기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아내의 얼굴이 풀어진 것은 순전히 이번 여행을 더이상 망칠 수는 없을거라는 스스로의 결심이었을 것입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하면서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번 여행은 당신의 모습만을 아름답게 사진으로 남기는 여행으로 만들거야..."
"그럼 자기는?"
"난.. 한장도 안찍힐거야..."
그래서인지 아내는 시내로 이동하는 내내 여기 저기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도 미소를 짓거나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다양한 포즈를 취하면서 쉴새없이 사진 모델이 되어 주었습니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듯 더욱 신나하는 아내의 얼굴과 가려진 선그라스 너머에 남아있을 근심이 걱정되면서도 이 순간을 즐기고 나중에 생각하자고 잊어버렸습니다.
아테네 관광지 주변은 이색적인 풍경탓에 별거 아닌 상가에도 관심이 가고 어느 도시의 상가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임에도 신기해하고 같은 물건이 즐비하게 있어도 본거 또보고 재미있어 하게 되버렸습니다.
어느 한 슈퍼마켓(슈퍼라 부르기도 뭐하고 구멍가게라 하기에도 뭐한 애매한 크기의 식료품 가게) 앞에 진열된 제철 과일들이 우리 나라에서 보던 과일들보다 훨씬 그 빛과 색이 고왔습니다. 지중해의 뜨거운 햇살과 매서운 바람을 견디며 자라난 과일들이라 더욱 탱탱하고 생기있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충동을 자제하기 쉽지 않아 몇가지 사고 싶었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돌아 다닐걸 생각하니 이내 생각을 접었습니다.
- 이후에 호텔에 들어가기 전 저녁거리로 먹을 장을 보기 위해 호텔 주변 식료품 점에 들러 몇가지 음식들과 과일들을 구입하였으나 낮에 본 그런 신선함이나 빛깔이 없어 살짝 후회되었습니다. -
덧, 그동안 회사일로 바쁜 나머지 연재에 소홀했습니다...^^; 다음편을 기대해 주셔도 좋습니다...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