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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 박일용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제는 냇가에 가보았습니다.
물 위에 비춰지는 것들은 모두
물 밖에 제 몸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지금 떠오른 당신은 어디에 있을까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물은 흐르고, 자꾸 흘러 한 해가 지나고 두 해가 흘러
어느덧 하구.
깊고 넓어진 물 위에 오래 전 일부터
하나 둘 그림자를 드리웁니다.
하나 둘 풍덩 풍덩 빠지는 추억들을 건지려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속으로 들어갑니다.
저는 정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내 기억의 강에 자꾸만 떠오르는 당신
어쩌다 잎 하나 떨어지고
바람 한 줄기 불어와도 떨리고 흐려지는 당신
떨리고 흐려지는 기억을 자꾸만 가다듬으며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