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img162.imageshack.us/img162/5766/untitled9hn.jpg
어떤 어조로 시작하면 좋을까?
마치 모든것이 얇은 베일을 드리우고
그 너머에 있는 듯 나타나 보이려면.
거울도 없이 내가 어떻게 모든 것을 비춰 보일 수 있을까?
깊은 물속인 듯 시간이 마치 수족관처럼 정지된 곳으로
나는 어떻게 가 닿을 수가 있을까?
사물과 형태를 기억하고 이름을 주면 될까?
대개 묘사란 이름으로 시작해야만 가능한지도 모른다.
이름이 없다면 사진 속 얼굴은 한갓 유령에 불과하고
제자리를 찾지 못한 면이며, 아직 알려지지 않은 땅을
그려보인 지도와도 같은 것이리라.
하지만 이름이 붙여지고 모든 세부가 확정된 뒤라면
얇은 사진 한 장은 이미 수정처럼 투명한 빛에 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어떤 말로도 저 공간에 드리워졌던
얇은 베일을 되살리지는 못한다.
하나의 어조는 그 자신과 흡사한 공간을 그려내기 마련이다.
이제 나의 어조는 빛으로 떨어져 내리는 자유로운 추락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