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 사라진 풍경(風磬)...
문득 운주사의 대웅전 처마 끝에 달린 풍경(風磬)의 물고기 한 마리가 보이지 않고...
종 끝에 매달려 있어야 할 물고기는 어디론가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리고 빈 쇠줄만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아마도 제 짝을 찾아 하늘을 나는 비어(飛魚)가 되어 바람을 따라 저멀리 날아간 모양이다...
나는 그 물고기가 왜 무엇 때문에 어디로 날아갔는지 궁금해서 결국 이 사진을 찍게 되었다...
왜 내 삶에 바람이 부는지...
왜 이리도 지나간 일에 많은 미련과 아쉬움이 남는지...
왜 풍경소리가 들리지 않는지...
내 존재의 위치가 어디인지 아직 깨닫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 비어(飛魚) 처럼
내속의 쇠사슬을 끊고 날아갈 수 있길 기원하며...
그리고 나 자신을 다시한번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절을 나설 수 있었다...
홀로인 풍경(風磬)...
하지만 늘 함께였던 풍경(風磬)의 종과 그 종을 바람에 흩날려 움직이며 종소리를 내주던 물고기...
어쩜 그 물고기는 다른 어디엔가에 있을 또 다른 자신의 반쪽을 찾아 멀고 먼 긴여정의 길을 떠났을지도 모른다...
늘 같이 있지만 함께 할 수 없는 풍경(風磬)의 종과 물고기처럼 서로 공생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 처럼말이다...
-정호승 시인 '연인'中-
2004년 08월 28일 - 경남 청도 운문사 출사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