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에 여행을 떠났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고,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조차 흐르지 않던 그 곳. 나는 끝없이 걷고 걷고 걸었다. 걷고 걷고 걸었지만 그 무엇도 변하지 않았다.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피어나지 않는 씨앗을 움켜진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그려나갈 수 있는, 꿈꾸어 나갈 수 있는, 희망이라는 씨앗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고운 흙에 잘 묻어두고는 짙은 어둠으로 감쌌다. 그리고 깊게 들이마신 숨과 함께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