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에 여행을 떠났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고,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조차 흐르지 않던 그 곳. 나는 끝없이 걷고 걷고 걸었다. 걷고 걷고 걸었지만 그 무엇도 변하지 않았다.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 속에서 나는 아무것도 피어나지 않는 씨앗을 움켜진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그려나갈 수 있는, 꿈꾸어 나갈 수 있는, 희망이라는 씨앗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고운 흙에 잘 묻어두고는 짙은 어둠으로 감쌌다. 그리고 깊게 들이마신 숨과 함께 눈을 감았다. 눈을 떴을 때엔, 별들이 깊게 총총 박혀있었고 나는 희미하게 웃음이란걸 띈 것 같았다. 아름다운 밤하늘이었다.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이 내 마음에 와 하나하나 자리잡은 것은, 희망의 씨앗을 마음 속 깊이, 단단히 묻어두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아직도 믿고 있다. 왜냐하면 해질녘의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Babylia
2011-01-13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