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자들 (詩) 초대받지 않은 시간들이 힘없이 열리는 대문으로 거리낌도 없이 들어서자 한때 말끔했을 페인트는 세월의 손때에 맥못추며 구차하게 들떠 벗겨지고 유리없이 구멍뿐인 창은 마치 생기잃은 눈빛처럼 저멀리 먼산만 바라보네 허락없이 멋대로 들어온 바람 빈 집안을 둘러보며 배회하다 버려진 피아노 건반 쓸어보자 청중없이 시작된 자연의 공연 허공을 공허하게 채우는 선율 스산하고도 적막할 뿐인 연주 음울한 음악회 마친 연주자가 자리를 뜨자 이때만 노렸는가 어둠이 게걸스레 집을 삼키네 밤하늘에 휘영청 떠오른 달은 무엇을 걱정해 그토록 애절히 밤이 가도록 마당을 지켰는가 다시금 말갛게 솟아난 태양이 진심을 담아서 온기를 전해도 제비마저 돌아오지 않는 집터 고독이 슬며시 잠식한 마당은 미련없이 떠난 이가 버려놓은 흔적을 떠안고 말없이 있었다 (Fooocus로 생성한 이미지)
leesoo
2025-11-10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