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그리움
이젠 작별 인사를 건넨다.
여전히 그 곳에 서서 나를 바라 보고 있는 슬픔이여.
그 해 가을을 생각할 때면
문득 그리워 그대 찾아 갔던 길목에 쌓여 있던
낙엽이 생각나네.
어느 가을이 지나더라도 그대가 생각날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남은 건
하찮은 슬픔, 더러운 그리움 혹은 그런 단어.
매년 가을마다 거리에 쌓여져 낙엽을 만들고 있던 것이었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어차피 우리들 청춘이란 말없음표 몇 개로 묶어둔 체
모포처럼 개어둔 몇 장 슬픔, 아니었던가
그대 떠난 날,
식어버린 밥처럼 방에 담겨져
빈 윗목에 누워 혼자 훌쩍이던 가을날이 내겐 있었네.
다음 날이 되어도, 또 그 다음 날이 되어도
아직 익숙함이 채 사라지지 않은 날이었지.
그대는 돌아오지 않았고 난 혼자 훌쩍이며
미아 마냥 그 해의 가을날을 걸었네.
그저 아직은 쉽사리 물러설 수 없는 날이 많아
혹은 아직도 지켜야 할 것이 많을지 몰라
젖은 눈과 이마를 닦고, 가는 유리막대 같은 길을 걸어갈까 생각했지.
이제는 내가 떠날 시간, 무수한 변명을 곱씹는 낙엽을 걷어 차며
이제는 내가 떠날 시간이라 생각했네.
낙엽을 보며 가을 속의 스스로를 애무하고,
낙엽을 보며 낭만을 사탕처럼 입 속에 고르는 사람들을 뒤로 한체
나는 문득 어디에다 어께 위로 떨어진 가을을 털어야 할지 머뭇거렸네.
그 해의 가을, 교정에 흩어져 있던 낙엽들.
너는 내 마음 속의
혹은 그 가을날이면 생각나던
너는 내 마음 속의...
- photo & written by 자작나무
(기형도님 시집을 읽다 문득 마음이 동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