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LEFT - 마르크스, 카메라 메고 서울에 오다]
그곳은 그녀에게 차라리 별이었다. 그때가 그녀의 나이 열아홉.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않았을 때였다. 혼자 계신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고 싶었단다. 그래서 돈을 벌어야겠다 결심했고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3년이 지날 무렵부터 몸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생리가 없어지고 얼굴에 울긋불긋 무엇인가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버텨야 했다. 어머니와의 행복을 위해 그녀는 묵묵히 그렇게 6년을 버텼다.
더 이상 일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삼성반도체를 그만두고 4년. 그녀는 소뇌부 뇌종양이라는 암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상태가 너무 악화되어 종양을 다 없애면 식물인간이 될 수 있다 했고 그녀는 2005년 10월 종양의 일부를 제거하는 1차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그녀의 머릿속에는 지금도 언제 전이될지 모르는 종양이 자리잡고 있다.
그녀가 눈을 떴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언어장애, 시력장애, 보행장애라는 장애진단이 주어졌다. 몸은 바짝바짝 말라갔고 그 후유증으로 인공뼈를 이식하는 목 디스크 수술까지 받아야 했다. 그런 고통과 슬픔의 순간에도 그녀는 눈물조차 흘릴 수가 없다. 수술과정에서 눈물 신경을 잘라 그녀의 눈은 더 이상 눈물을 흘릴 수 없는 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녀를 만나는 내내 그녀가 흘려야 할 눈물을 모두 그녀의 어머니 김시녀씨가 대신 흘리고 있었다.
혜경씨가 수술을 받고 나서는 그녀의 어머니도 일을 그만 두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녀를 두고 집을 비울 수가 없어서였다. "혼자 밥이라도 먹으면 무슨일이라도 하겠는데..." 어머니의 탄식이 한숨과 섞여 나지막히 흘러나온다. 그나마 나오던 정부보조금도 이제는 끊겨버렸다. 주위의 도움으로 목디스크 수술까지는 마쳤는데 이제 앞날이 막막하다. 그 막막함에 어머니는 연신 혜경씨의 몸을 쓰다듬는다.
어느날 삼성 직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혜경씨의 병원비를 대 줄테니 산재청구를 철회하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혜경씨의 손을 꼭 잡은 어머니는 차마 그녀의 눈을 바라보지 못하고 이야기 한다. "양심을 팔아버린 삼성이라는 회사에게 나마저 양심을 팔 수는 없는 거잖아요. 혜경이 같은 애 또 만들 수는 없는 거잖아요."
홍진훤, [She, and story of her] 中에서
* TAKE LEFT 프로젝트 아이디입니다.
오늘 1월 25일부터 1월 31일까지 갤러리 나우에서 전시합니다.
http://takeleft.blog.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