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LEFT - 마르크스, 카메라 메고 서울에 오다] 사실 벤이 통근열차를 타게 된 것은 뉴욕에서 뉴잉글랜드의 중산층 거주지인 뉴크로이든으로 이사를 한 뒤부터다. 3년 전 만취한 한 걸인이 다가와 “한 푼 줍…”이라고 말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아들 애덤의 머리 위에 토사물을 쏟아내는 변을 당한 적이 있다. 그 후 질색할 만한 ‘병균’들을 피해 ‘멋진 이웃’들이 있는 이곳으로 이주한 것이다. 그런데 ‘병균’들이 더럽고 위험해 가까이 할 수 없다며 교외로 이사까지 해버린 그가, 수천 달러짜리 카메라 뒤에 숨어서 그 ‘병균’들을 즐겨 찍었다? 그 걸인이 구토를 할 만도 했다. 사진가에게 구역질이 났던 것이다. 벤에게 그들은 낯설고 기이한 그러나 더럽고 위험한 구경거리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의 사진은 행여 다이앤 아버스의 ‘빅 픽처’가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때 그의 우상이었던 카파의 ‘빅 픽처’와는 거리가 멀었다. 무엇보다도, 카파야말로 벤이 멀리하고자 하는 바로 그 ‘병균’이었기 때문이다. 벤은 자신이 타지 못한 다른 열차를 꿈꾸지만, 밥이 탔던 열차는 그저 ‘다른 열차’가 아니라 ‘바른 열차’였다. 그것은 비록 더럽고 위험하지만 다르고 낯선 세계에 대한 낭만적 동경이 아니라, 이 비참하고 야만적인 세계의 변혁이라는 정치적 이상을 위한 전쟁의 장으로 가는 열차였다. 벤의 우상인 밥은 실제로는 가까이 두고 싶지 않은 그의 ‘병균’이었고, 패전과 함께 ‘굿 드림’과 ‘굿 피플’을 잃은 밥은 전쟁의 상처에 고통 받다가 결국엔 술값을 구하는 다리 잃은 ‘병균’이 되고 말았다. 반면 벤은 ‘병균’도 아니고, 지켜야 할 ‘굿 드림’도 ‘굿 피플’도 없으며, 그래서 잃어버리고 말고 할 왼쪽 다리도 없다. 벤이 구역질이 난다고 말하는 케이트의 뉴스와 마찬가지로 벤의 사진에도 그저 잔혹한 자극과 가엾은 희생자들만 있을 뿐 헌신할 만한 정치적 이상이나 동지는 없다. 벤에게 ‘우리’가 아닌 ‘그들’은 동지는커녕 이웃으로도 함께 살 수 없는 더럽고 위험한 ‘병균’일 뿐이다. 벤이 꿈꾸는 밥의 열차는, ‘빅 머니’를 가진 부모 아래서 자라며 얻은 ‘빅 네임’으로 죽은 자들이 남긴 ‘빅 머니’를 관리하며 ‘빅 머니’를 버는 그로서는 결코 탈 수 없는 열차였던 것이다. 현린, [카파가 탔던 열차는 어디로 갔을까?] 中에서 * TAKE LEFT 프로젝트 아이디입니다. 일단, 이상엽, 정택용, 현 린, 홍진훤, 이렇게 4명이 시작합니다만, 더 많은 공모자 환영합니다. 마르크스가 카메라를 메고 21세기 대한민국을 여행한다면, 그는 도대체 어떤 사건에 주목하고 어떻게 사진을 찍을까요? 지난 1, 2차 공모에 사진으로 참가하신 분들은 모두 빨간책 한 권씩을 받으셨답니다. ^^ 16일부터 27일까지 3차 공모가 진행됩니다! http://takeleft.blog.me/40149712945
TAKE LEFT
2012-01-24 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