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E LEFT - 마르크스, 카메라 메고 서울에 오다
어느 날 우리 동네에 높은 장벽이 생겼다. 흔히 재개발 지역에서 ‘가림막’이라 불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철제 파이프 골조를 세우고 두꺼운 천으로 포장한다. 그리고 철거가 끝나면 그 자리에 철제 벽을 세운다. 동네 주민들이나 지나가는 이들은 가림막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다.
가림막 안으로 들어가면 딴 세상이 펼쳐진다. 마치 이스라엘의 거대한 장벽을 통과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들어온 느낌이다. 건물들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히 부서져 있고, 멀쩡해 보이는 건물에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빨리 꺼져라! 죽고 싶지 않으면” 등 흉측한 낙서들이 쓰여 있다. 용역업체 직원들이 남아 있던 세입자 등에게 이주하라고 협박한 흔적들이다. 주변에서는 쿵쿵거리며 포클레인들이 건물을 통째로 쓰러뜨리고, 고물상들은 쓸 만한 알루미늄 새시를 뜯어낸다.
그런데 그 아비규환의 현장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아직도 이주할 곳을 찾지 못한 세입자들이다. “우리라고 여기 살고 싶나. 내가 여기 20년은 살았는데, 이제 어디로 가나. 돈이 있어야지.” 박분자(72) 할머니처럼 월세 15만원을 내며 살던 독거 노인은 갈 곳이 없다...
이상엽, [가림막의 진실] 中에서
* TAKE LEFT 프로젝트 아이디입니다.
일단, 이상엽, 정택용, 현 린, 홍진훤, 이렇게 4명이 시작합니다만, 더 많은 공모자 환영합니다.
마르크스가 카메라를 메고 21세기 대한민국을 여행한다면, 그는 도대체 어떤 사건에 주목하고 어떻게 사진을 찍을까요?
http://www.raysoda.com/Com/Note/View.aspx?f=A&t=918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