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버지가 사진찍는다고 포즈를 잡으신 적은 손에 꼽는데
이날은 기분이 좋으셨던가 보다.
심지어 내게 '아버지 사진한번 찍어봐라' 하셨으니.
아버지는 얼마 남지 않은 은퇴를 하게 되면
지금 서계신 과수원터에다가
넓은 집을 짓고
가난한 학생들을 불러 공부도 가르치고
친구들도 불러서 재밌게 사실거라고 하셨다.
#2
이번 할머니 추도식은 허전했다.
그래서 추도식대신 아버지로부터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나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 한참후에 태어났다.
과묵하신 아버지도 할머니에 대해 특별히 말해주신적은 없다.
아버지는 마치
몇백년전부터 전해오는 얘기처럼 무덤덤하고 잔잔하게 얘기하셨지만
아버지가 우는 것을 본 유일한 기억은
국민학교 입학전즈음 어떤 가족모임에서
술몇잔에 벌개진 얼굴을 숙이고
어머니 생각에 흐느끼시는 삼십대 아버지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