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1, case#2 - case #1 어릴 적, 부모님이 휴일이 되어 같이 있게 즐거운 휴일이면 저 옷이 늘 빨래터 위에 걸려 있곤 했다. 부모님이 두 분 다 같은 직종에 종사하시는 터라 휴일이 되어야만 사람의 몸이 아니라 빨래걸이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이 지났고, 더 이상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은 잘 없어졌지만, 저 옷이 빨래터에 걸려 있는 것을 보면 나는 늘 휴일 혹은 편안함이 느껴진다. 문득 셔터를 눌러 본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흰가운만 보면 문득 휴일날의 즐거운 기억이 생각나는 현재의 기억을 위해... - case #2 짧은 기간이었지만, 아주 친하게 정이 들었던 사람이 있었다. 참 맑고 주위에 있으면 그녀의 에너지가 사방에 밝은 빛의 기운을 가득 퍼뜨리던 사람. 화학을 전공했지만 전혀 관련이 없고 비교적 안정된 직장에 과감히 사표를 내고서는 자신의 꿈을 위해 대학원을 지원하고 서울의 한 연구소로 들어갔다. 1년에 365일 중 거의 360일 대부분을 연구소에서 흰 가운을 입고 다녀야 하는 그녀는 막 시작된 생활에 아직은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듯 하다. 하루종일 연구소에서 복잡한 화학물들을 혼합하고 분해하며 그녀의 움직임과 똑같이 저 흰가운은 늘 그녀와 함께 있을 것이다. 흰가운은 그녀의 직업이고 프라이드다. 흰가운을 벗는 시간은 그녀에게 안도와 짧은 휴식시간이 머물 때 일 것이다. 셔터를 눌러본다. 문득 멀리서 고생을 각오하고 자기 생활에 열심히 있을 그녀에게 파이팅을 담아서... - 사진이 놓여지다. 두 기억의 접점 사이로...
자작나무
2004-01-02 1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