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아이의 웃음
처음 출산 후 조리원 며칠을 보내던 중 집사람이 이제 괜찮으니 좀 쉬다 영화라도 한 편 보고 저녁 때 오세요....그랬다.
음...그럴까...하며 오랜 만에 목욕갔다 영화 한 편 보고 있던 중, 집사람이 문자가 왔다.
'황달 수치가 높아서 큰 병원으로 애기 옮겨야 된다네요.'
생애 처음으로 영화를 보다 중간에 뛰쳐 나왔다는 말과 애가 생애 처음으로 병원에 입원했었어 라는 말,
생애 처음이라는 말이 하루에 두 번 일어났다.
큰 병원에서는 조금 수치가 높아 며칠 간의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직 기억한다.
인큐베이터 울고 있던 갓난 신생아들 틈 사이에서
치료 때문에 입구에서 눈을 가린 체 처음 만났던 내 아기를.
집사람은 출산 후 추스리지 못한 몸을 기댄 체 눈물을 보였고, 나는 흰 붕대로 가린 아기 눈을 빤히 들여다 보았다.
얼른 낫고 나오너라. 아가야. 니 이름 지어 놓으마.
중얼거리던 말에 흰 붕대가 웃는지 우는지 실룩 되었던 것이 기억난다.
함께 커피 한 잔을 나누었던 다음 차례의 어느 엄마는 아이가 뇌수막염으로 입원 했다고 했다.
걸음을 떼기 아쉬워 보호자 라인의 문 틈이나마 설레설레 다 똑같아 보이는 아이들 사이로 내 새끼를 찾고 있을 때,
입도 대지 않은 식은 커피를 밀어두고, 아이가 뇌수막염이라는 엄마는 포대에 감싸여 나온 아이를 보며 계속 물 섞인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며칠 후 다행이 큰 무리 없이 아이는 퇴원했지만, 집사람을 부축하며 오던 그 길에 서로 말없이 손을 꼭 잡았던 그 날이 가끔 생각나곤 한다.
이 아이는 조리원을 나와 우리 식구가 되었다.
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젖을 빨고, 속마음을 울음으로 내보낸다.
이 아이는 요즘 이유식을 먹고 기어 가기 위해 땅에 배를 대고 배밀이를 한다.
이 아이는 요즘 슬슬 눈웃음을 보내며 렌즈를 받쳐든 나의 손을 간혹 흔들리게 한다.
이 아이의 눈웃음을 볼 때면 난 가끔 그 날의 병원과, 보호자 금지의 문 틈과, 하얀 붕대와 집사람의 꼭 잡은 손을 떠올린다.
아이야, 여보야, 행복해라. 그리고 무엇보다 건강하게 잘 지내라.
나는 늘 여기서 우리를 바라볼테니.
- 자작나무[대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