只是個過客 푸념섞인 첫 사진에 많은 분들이 추천을 날려 주셔서, 금방 두번째 사진을 올릴 수 있게 되었지만, 막상 또 뭘 올려볼까, 쉽지가 않습니다. 요즘은 회사일이 통 바쁘다보니, 사실 바쁘단 건 핑계고 여러모로 마음이 답답하단 이유로 헤메다보니 새로 찍는 사진이 없습니다. 뒤적이다 이 사진을 꺼내고보니, 또 주절주절 할 얘기가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여기에 사진을 올려보러 온 건지, 글을 쓰러 온 건지 모르겠습니다. 이 녀석의 이름은 "이먀"라고 합니다. 지금은, 내 곁에 없구요. 팔월 초였던가, 여행에서 돌아온 어느 비오는 밤에, 그 빗소리를 뚫고 뭔가 들렸습니다. 눈도 뜨지 못한채, 길가에 버려져있던 이 작은 녀석이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었고, 또 인연이 닿아 나에게까지 오게 된 게 바로 그 때입니다. 손바닥 반도 채우지 못하는 작은 녀석이, 물에 홈빡 젖어 떨며 앙앙거리다가 내 손바닥으로 옮겨 오더니 울음을 멈추고 금새 잠들더군요. 갑자기 반응이 없어져 가슴이 철렁했다가 손바닥 아래로 스며드는 녀석의 박동이 느껴졌고, "내 식구"로 받아들이기로 했었습니다. 급한 김에 녀석을 따뜻한 수건에 싸서 물어물어 동물병원에 가서 체중도 재고, 녀석이 "아가씨"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어린 녀석에게 고양이 전용 분유를 젖병에 물려주어야 한다고, 두 시간에 한 번, 새벽에도 빼먹지 말고 한 번에 10-15미리씩 잘 먹여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상태를 알 수 없다고, 2주 정도 열심히 먹여보라고, 보통 생후 2주면 눈이 트이고 귀가 열리니 그 때쯤 되면 검사도 하고 여러가지 볼 수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팔자에 없던 애아빠 노릇이 시작되었습니다. 회사일이고 뭐고, 온통 이녀석 생각 뿐이었습니다. 처음에 녀석이 제대로 먹지 못할 때는 나도 밥이 잘 넘어가지 않았고, 그렇게 공부해본 적이 언제 있나 싶게인터넷 싸이트며 고양이 키운다는 사람들이며 물어물어 녀석에게 뭐가 필요한지, 어떻게 해줘야하는지를 찾아봤습니다. 점점 밥도 많이 먹게되고, 이제 한 근쯤 되겠다 싶어지는데, 2주가 넘도록 녀석은 눈을 뜨질 못했습니다. 귀는 열렸는지 소리에 슬슬 반응을 하긴 했는데, 의사선생이 말한 2주가 지나도 눈 뜰 생각을 안하더군요. 너무 밝은 빛에 갑자기 노출되면 안된다고해서 집안에 불도 켜지 않고 지낸 2주였는데 말입니다. 노심초사 다칠까 겁나면서도 눈 맛사지 같은 걸 해주면 좋지 않을까하면서 전무후무한 고양이 안마시술도 해봤고, 혀로 핥아주기도 해봤습니다. 그렇게 몇일이 지나고 3주가 좀 못된 어느 날 아침, 녀석이 처음으로 눈을 떴습니다. 눈물이 다 나덥니다. 사진 찍는데 한창 맛이 들려있었지만, 워낙에 실내 조명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곳에 살기도 했고 강한 빛을 쏘이면 안된다는 의사선생의 말에 주눅들어있던 나머지 도대체 사진을 못찍겠더군요. 셧터스피드는 영 나오지도 않고, 녀석은 눈 떠서 좋은지 도통 머리를 가만히 두지도 못하고. 억지로 셧터스피드를 줘서 어둡게 찍어 레벨을 조정해봐도 영 나오지도 않고. 그러다가 욕심에 그만, 내장 플래시를 꺼내 터뜨려버리고 말았습니다. 큰 충격이었는지 갑자기 경기를 하면서 구석으로 숨는데, "이게 무슨 짓인가" 싶더군요. 위하는 척 하더니 내 욕심에 멀었구나, 그렇구나. 놀란 녀석을 달래놓고 났는데, 그래도 사진 한 장 찍어줘야하는데라고, 도저히 그 생각이 떨쳐지지가 않았습니다. 장기전. 마룻바닥에 카메라를 들고 엎드려서 녀석과 눈을 맞춰보려고 했는데, 놀란 탓이었는지 자꾸 카메라를 피합니다. 여기봐 여기봐, 이먀, 이먀, 여기봐. 한시간 남짓 바닥을 뒹굴면서 씨름을 했더니 겨우 그제서야 정성을 인정해주기라도 한다는 듯 물끄러미 카메라를 쳐다보고 자세를 잡아주더군요. 이 사진은 그렇게 남았습니다. 녀석의 제대로된 초상 사진은 아마도 이 한 장 뿐이지 싶습니다. 어느 정도 녀석이 빛에 적응하면서부터는 사진을 몇 장 찍기도 했지만, 움직임이 많아지면서는 같이 노는 재미에 사진 찍을 생각도 못했습니다. 또 한 주가 지나서는 녀석하고 비슷한 처지의 꼬마가 하나 더 들어와서 그 녀석하고 또 처음같은 싸움을 했고, 이먀가 집에 들어온지 한달 반쯤이 지날 무렵에는 두 녀석이 모두 건강하게 "고양이 티"가 나가고 있었습니다.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주가 지날 때마다 본능에 따른 새로운 행동들-사냥놀이, 땅파기, 점프 등등-을 보여주는터라 매일매일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너무 좋으면, 그만큼 불행해지는 법인가봅니다. 어느날 새벽부터 찾아온 집주인은 녀석들을 보더니 무작정 화부터 내더군요. 별별 이유를 들어가며 녀석들을 키우지 말라는 겁니다. 집 한 가운데 딱 버티고 서서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후려쳐서 죽이기라도 할 기세더군요. 싸우고 욕하면서 한켠으로 녀석들을 쳐다봤습니다. 이제 나 없어도 잘 살 수 있을까라고. 어리지만, 어디가도 귀여움은 받겠지라고. 그래서 집주인에게 그러면 키울 수 있는 사람에게 데려다주겠느냐고 물어 답을 받고 녀석들을 내주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스칠 인연이었는가보다라고, 도망치듯이 생각하면서. 그렇게 녀석들이 가고 두 달 정도가 흘렀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였나, 지지난 주였나, 아파트 베란다 담을 넘어 들어온 고양이 두 마리가 창 밖으로 언듯 보였습니다. 혹시 그 녀석들일까 싶어 자세히 보려 나가는데, 녀석들이 황급히 사라져버렸습니다. 겨울이라 추운데 잘 지낼까, 그런 생각이 들어, 혹시라도 하는 마음으로 베란다 한 켠에 녀석들 먹이려고 사두었던 통조림이며 사료며 등등을 따서 두고 다음날 낮에 보았더니 깨끗이 비워두었더군요. 녀석들이건, 아니건. 그래 때되면 얼굴 한 번은 보러 오겠지 하면서, 오늘도 그렇게 회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사료 한 봉지 사서 돌아옵니다. 사진이라는걸, 아직까지 나는 "표현의 도구"로 쓰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추억하는 것들, 하나하나 담아두는 것입니다. 기억은 사물에 기탁한다라는 말. 당분간 나의 사진은 거기까지.
破月
2003-11-29 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