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색, 검은색, 연녹색이 잘 어우러졌다. 마음에 든다. 자기소개서를 두개 썼다. 마감은 4월말인데 아직 다 채용하지 않았는지 의심스럽다. 원서 써보라는 말을 들은게 무려 한달전인데 게으름 피우다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 대인관계를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잊어버렸다. 아무런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아무 할 말이 없다. 상식적인 사디즘이 사드가 말한 바로 그것인지 궁금하다. 종교, 특히 불교가 가장 마지막에 떠오르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성경에도 좋은 구절이 있다. vanity of vanites.
와일드는 오만한 남자였고 오만함이 충분히 어울리는 남자였다. 몇몇 과학계의 천재들과는 달리, 그는 말년에 그 오만함의 댓가를 치뤘다. 천재라는 말이 어울릴법한 현대의 몇몇 과학자들, 이를테면 폰 노이만같은 사람과는 다르다. 와일드의 말년은 인간적이었다. 재능있는 오만한 자가 몰락하는 것을 지켜보는것은 즐거운 일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와일드의 인생에서 와일드답지 않은 그 막판의 비굴함이야말로 그의 인생에 관심을 갖게 만든다. 그나저나 그를 몰락시킨 일이 남색때문이었기에 그가 여자에 대해 언급한 구절을 볼 때는 묘한 웃음을 참을 수 없다. A man can be happy with any woman as long as he does not love her. 아주 옳은 말이다. 어째서 옳은 말일까. 음란만화에서 저것과 같은 류의 대사를 흔히 볼 수 있다. 몸을 내주는 건방진 윗사람께서 자못 진지하게 말하길, "진짜로 사랑하면 안돼" 따위의 상황. 목련은 몇 안되는 영어이름이 괜찮은 꽃이다. 매그놀리아. 한글로 적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어감도 괜찮다. 순식간에 피어서 돌아서는 사이에 지고, 그 떨어진 자리가 피었을때와 딴판으로 더럽다는 것이 인간적이다. 지어낸 이야기와 사실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다만 지는 목련과 속죄하는 와일드를 볼 때의 흥겨운 쾌감을 생각한다면, 사실쪽이 더 매력있다. 내게 사디즘은 그 경우에 의미가 있다. 죽었다 깨어나도 프로레슬링을 좋아하지 못할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