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실
내가 처음 당신의 작업실을 만나기 전,
나는 당신을 그리워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파란 눈과 금발 머리를 가진 아해들 사이에서
녹슨 자물쇠로 오랫동안 걸어 잠구어 둔 문처럼
마음을 열지 못한 체 생활할 때였습니다.
고국이다 조국이다 그런 거창한 말이 아니라
정말 내가 태어난 곳에서 남겨둔 것들이 그리워 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때 누군가 보내 준 당신의 사진을 오린 엽서가
향수로 얼룩진 마음을 천천히 달래 주었습니다.
흔들리는 갈대 속에 세차고 모진 바람을 담아내고
막 베어낸 가을 볕과 따뜻한 풀내음을 담은 풍광의 빛이 만들어 낸 그림을 보며
내 쓸쓸하고 외롭던 객지 생활은 찬찬히 보듬어져 갔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다시 나는 이 땅을 밟고 살아갑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쉬이 잊듯, 하루하루를 견디듯 살아갔던 날들은 서서히 옅어져 갔고
먼 세월이 지나 당신이 떠난 후에야 그립던 길을 따라가듯 여기서 발길을 멈춥니다.
바람 많은 풍광
빛바랜 흙내음
옅디옅은 고운 빛 무리들이여.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내 삶의 가장 힘들고 어둡던 때
나의 친구가 되어 주었던 모든 날들에 감사합니다.
- 자작나무[대호] 올림
- 김영갑 겔러리 두모악, 故 김영갑님의 작업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