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된 카메라야.
오래 된 카메라야.
어제 난, 내달이면 장가가는 동생을 만났다.
동생의 웃음에선 갓 익은 풋내가 났다.
그리고 막 풋내를 벗어 버린 체 한 아이의 아빠가 되어야 할 나는
문득 말없는 시간의 흐름에 가슴 한 켠이 먹먹해져 갔다.
모든 게 다 잘 될꺼다.
말을 멈추고 우린 때 늦은 저녁을 함께 우물거리며
밤이 내린 창 밖의 웅얼거리는 발소리를 들었다.
오래 된 카메라야.
잠시 모든 게 힘들 때면 수많은 말들을 벗어 던진 겨울 바다와 만나듯
모든 게 잘 되리라 믿어야 한다 라는 말을 되새김질 해야 할 때가 있음을 안다.
우리의 입 속에 맴도는 설 익은 삶의 풋내가 사라질 때쯤
언젠가 우리도 나이만 헛 먹는 게 아니라
바람결에 따라 풀잎이 공중에 글을 쓰듯
세월을 견디는 한 그루 나무 같은 고목이 되어 있으리라 희망해 보았다.
오래 된 카메라야.
내 나이 보다 오래 된 네게 말을 건넨다.
너는 즙이 오를 때로 오른 감정들과
삶이 만든 부력에 떠밀려 왔다.
너는 무의미함이 폭발하는 순간을 만나고
슬픔이 가득한 얼굴에 웃음을 들이대는 거울이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의 넌 순간을 장식하는 박물관의 한 켠에 불과 하지만,
누구의 시간에서든 가장 면밀한 내면과 가장 거짓된 웃음을 만나보았다.
오래 된 카메라야.
이제 나는 너의 사진을 찍는다.
너의 그 긴 시간 속에
이 시간, 설 익는 삶에 몸부림 치던
어떤 눈과 입이 있었음을 기억해 다오.
- 자작나무[대호] 올림
p.s.) 상기 사진은 박물관 관계자의 허가, 동행 후 촬영 하였음을 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