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아침, 한 조각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후배 녀석 집에서 눈을 붙였던, 한창 처음 디지털 카메라란 걸 손에 넣고 마냥 좋아하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밤새 술을 벗하여 녀석의 사진을 수백장 찍어대다가 눈을 뜨고 나니 후배녀석의 작다락한 자취방이었고 점심시간을 넘겨버린 오후의 초입. 구겨져있던 몸 한 켠에 다칠세라 고이 놓여있던 카메라를 집어 뷰파인더로 녀석의 방을 한바퀴 둘러보다가 고요하게 빛 속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녀석이 들어왔습니다. 그 때의 이미지를 살려보려고 포토샵을 끄적거렸고, 그리고, 이 사진은 이렇게 남았습니다. 나는 사진을 찍으면 찍을수록, 좋은 사진을 보면 볼 수록, 고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인상적인 대상은 어디있을까, 나에게도 좋은 모델이 있다면 좋은 사진이 나오는 걸까, 나의 카메라가 좋아지면 좋은 사진이 나오는 걸까, 화소, 광각, 조리개 수치, 심도, 노출, 거기에 더해 요즈음은 배경음악이니, 프레임이니, 카피니 하는 것까지. 수많은 단어와 복잡한 인상들이 머리 속을 맴돌면서 "좋은 사진"이 나에게는 "남의 사진"이 되어버린지 오래입니다. 나는, 어제, 그리고 그제, 레이소다의 수많은 사진들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또 "나의 사진"은 뭘까를 고민합니다. 7일에 한 장을 포스팅할 수 있다는 레이소다 사진 등록 문구 앞에서, 나는, "나의 사진"의 실마리를 찾다가 이 사진 꺼내어 올려봅니다. 잘 찍은 사진은 아니겠지만, 나는 그 때의 느낌이 지금의 허우적거림 속에서 "나의 사진"의 실마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나는 "나의 사진"을 찾고 싶습니다.
破月
2003-11-25 2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