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나는, 그저 당신의, 당신의 발 끝에서만 머물던, 그림자 입니다. 시선을 내리고, 마음을 닫고, 땅을 보지 않을 때, 당신의 열린 마음, 틈 사이를, 빼꼼히 내다 보던 그림자 입니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가 그러하듯, 사람들은 밝은 햇살 아래에, 놓여 있는 아름다운 꽃과, 나무와, 빛의 세계 만을, 봅니다. 그림자는, 단지 따가운 햇살에, 쉬이 지치는 육신을, 식히기 위한 휴식의 공간이며, 빛이 만들어준 거울 처럼, 모든 일들을 함께 하지만 그의 이름을, 알지 못합니다. 세상의 모든 그림자는, 언제나 홀로 서질 못합니다. 아무도, 그림자 아래에서, 그림자 만을 보아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림자가 얼마나 많은 것을 보여주고, 말을 걸어오고, 귀를 기울이는 가를, 알지 못합니다. 우린 그림자와 함께, 걷고, 말하고, 생각합니다. 쉬이 지쳐 떨어지는 눈물도, 바람만이 볼 수 있다는 웃음의 소리도, 그림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허나,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자는, 단지 따가운 햇살에 쉬이 지친 육신을, 식히기 위한 공간일 뿐입니다. 아무도 그림자에게, 말을 걸지도, 바라보지도, 귀를 기울이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꽃들과, 새와, 나무와, 사람들이, 자기 만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도 그림자는, 단지 '그림자' 라고 밖에, 불리어 지지 않습니다.
자작나무
2007-05-0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