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히 그리움을 접을 무렵
그립다 그립다 두 번 옮긴 후
오랫동안 흰 종이를 누르고 있던 펜 끝의 검은 구멍을 바라보다.
부치지 못한 편지야 구깃구깃 접은 후 맘 속에 묻어 두련만,
세상의 모든 그리움은 잊는 것이 아니라 견디는 것이란 혀 끝의 말들이
발 끝을 따라오는 그림자를 길게 만들어 가다.
천천히 계절이 흩어져 봄 꽃도 땅 위로 누워 하늘을 보던 날.
간신히 그리움을 접을 무렵,
어딘가 묻어 둔 이름 모를 것들이 천천히 벽을 뚫고 고운 삶을 내려다 보다.
- 자작나무[대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