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소원은 박물관을 짓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들만을 모아놓은 박물관.
여덟 살 이후로 그는 밑창이 떨어져나간 운동화라든가
손잡이만 남아있는 숟가락 같은 것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아무리 쓸모없게 된 물건이라도
쓸쓸한 느낌이 들지 않으면 그에게는 소용이 없었다.
타다 남은 고무장갑, 다리가 부러진 상, 물에 젖어 반쯤 녹아버리 비타민 C......
이런 것들은 그에게 아무런 느낌을 주지 못했다.
제 기능을 잃어버리고 버려진 물건들을 보면,
한겨울에 쇠로 된 난간에 이마를 맞대고 싶은 충동이 일곤 했다.
그 안에 깃들여져 있는 슬픔을 잊지 않으려고 애썼다
윤성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