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에서 서로 그리워하는 나무가 있어
어느 날 만나 포개어진다면 이럴까.
가지 뻗은 곳과 가지 뻗은 곳이,
옹이 진 곳과 옹이 진 곳이,
그 나뭇잎 한잎 한잎과 잔가지 하나하나,
잔뿌리의 잔털 하나하나까지
내 몸과 꼭 같이 구부러지는 이 느낌.
내 몸이 내 몸의 꿈을 끌어안은 것 같은
완전한 겹침......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도 많은 유릿조각을 삼켰던 것일까,
목 안에서 피비린내가 올라왔다.
한 번 두 번 세 번 ......
나는 아프지 않고
아픔에 대한 관념을 경험하고 있었다.
전경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