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영원해도
대상은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알아야 했을 때,
사랑이란 것이 하찮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영원을 향한 시선과 몸짓들이
어느 날 꿈에서 깨어난 듯이
사라져버리다니.
멀어져버리다니.
사랑은 점점 그리움이 되어갔다.
바로 옆에 잇는 것,
손만 뻗으면 닿는 것을 그리워하진 않는다.
다가갈 수 없는 것, 금지된 것,
이제는 지나가버린 것,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을 향해
그리움은 솟아나는 법이다.
그림움과 친해지다보니
이제 그리움이 사랑 같다.
신경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