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너를 만나던 날, 난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넌 춤을 추었지.
막대기 하나 들고 땅위에 그림을 그렸다.
비행기도 그리고 꽃도 그리고 엄마 아빠도 그렸다.
자동차를 그려야 하는데... 더이상 그릴 공간이 없다.
그동안 내가 그린 그림을 신발로 툭툭치며 지우려고 뒤돌아 서는데
옆에서 그냥 멀뚱얼뚱 서있던 나뭇가지가 내가 그린 그림위에 앉아쉬고 있다.
검고 길게 늘어선 그녀석은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 때문이었을까? 찰랑 찰랑 흔들리는 모습이 꼭 나에게 인사하는 듯 했다.
한참동안 내가 그린 그림위에 검은 나무를 들여다 보고 있는데
저기 멀리서 누군가 내이름을 부른다.
나는 얼른 일어나 소리가 시작했던 그곳을 향해 달려간다.
"자다가 깼어? 우리 귀여운 아들.."
"엄마! 시장 갔다와? 나 한참 기다렸잖아... 나 안울고 혼자 잘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