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의 세계로 가는 유일한 통로, 사진(寫眞)
지금 이 순간 가지는 느낌을 잊지 않기 위해,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광경을 간직하기 위해 타인과 공유하기 위해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
그때 그 시간을 잡아 둘 수 있다는 것. 사진 속에서 만큼은 영원히 그 순간의 모습을 지니고 있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사진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이다.
사진은 추억으로 데려다주는 매개이다. 하지만 사진 자체가 추억에 잠기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에 담긴 자신의 느낌과 기억이 추억에 빠지게 하는 것이다. 느낌이 없는 생각이 없는 사진은 단지 종이조각에 불과 할 뿐이다.
사진은 3차원의 세계를 2차원의 세계에 가둬버리는 감옥과도 같은 공간이다. 사진은 3차원이라는 현실세계를 단지 하나의 평면이라는 2차원의 세계에 가둬버린다.
아무느낌 없이 셔터를 누르는 사람에게 있어 사진이란 그렇게 살아있는 세계를 사각 프레임 안에 가두고 이내 그 생명력을 잃게 만드는 죽음의 도구이다.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것들을 간직하고 싶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때 찍는 사진은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옥이란 공간으로서의 사진이 아닌 영원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사진이다.
3차원의 세계를 훼손시키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포함한 4차원의 세계까지도 만들 수 있는 사진. 그런 사진이 좋은 사진이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사진은 그런 사진이다. 그때 그 시간까지도 영원히 담을 수 있는 사진.
사진은 예술 이전에 기억의 도구일 뿐이다. 자신만의 기억에 어떤 형식이 필요하겠는가. 어떤 사진이라도 자신의 느낌만 담기면 되는 것이다. 그 어떤 형식도 기교도 필요 없다. 다만 자신의 순간순간 느낌만 담을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자신의 느낌을 담을 수 있을 때 4차원의 세계는 자신의 가슴 속에 그리고 사진 속에 그대로 담겨질 것이다.
그런 사진이 좋은 사진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