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
몇 년 전인가..술자리에서 여행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당시에 문창과 수업을 듣느라 조금 자리에 늦게 참석했던 동기들이 마침 잘 왔다면서 이런 질문을 했다.
여행에 관한 좋은 말이 없을까?
누가 문득 내게 이런 질문을 했다.
난 그에게 이런 시를 들려 주었다.
방랑에 병이 들어
몸은
마른 들판을 헤메인다.
누구의 시니?
'바쇼' 라는 일본 사람의 하이쿠지. 짧게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는 시를 하이쿠라고 해.
캬..좋다...근데 이 사람은 방랑자 였어?
응, 평생을 방랑하면서 살다가 죽기 전에 남긴 유언이래.
유언도 하이쿠로 남겼으니 되게 낭만적이기는 하다...그지?
응...근데 이 시 들으니 생각이 많이 난다.
그러고 보면 우리 인생도 늘 이런저런 곳에 방랑하면서 사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곤 해.
가끔 가다가 궁금해지는게 이런저런 방랑 하다가 결국 어떤 길을 걷고 어떤 곳으로 가는 걸까..
벌써 몇 년 전 쯤....술자리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고 보면 잠깐 멈춰 서서 내가 걷고 있는 인생의 길이라는 걸 찬찬히 되돌아 보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얼마 간 시간이 지난 후 찬찬히 모든 지나간 것들을 생각해 보면
의미 없는 시간이란 하나도 없었다는 걸 깨닫게 될 지도 모르지만
지금 현재의 시간에 늘 욕심을 버릴 수 없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라는 걸
알만한 나이도 되었다고 여긴다.
그래서 우리는 지나온 날들에 놓여 있는 잔돌 하나의 소중함도 애써 외면해 버리곤 한다.
내가 바랬던 건 저런 게 아니야...라는 혼잣말을 중얼 거린 체......
그래서 우리는 늘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하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늘 어딘가를 그리워 하며 방랑하는 지도 모른다.
늘 어딘가로 날아갈 수 있지만 역 간에 머물며 여행을 꿈꾸는 비둘기처럼
늘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