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오후. 해운대 바닷가에 갔다. 가을바다는 참 공허하다. 사람들이 많든 적든 공허하기는 매 마찬가지다. 시멘트 맨 바닥에 쭈그려 앉아 빈 하늘만 찍었다. 한시간 정도 앉아서 사진찍고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들도 나에게 신경쓰지 않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공허롭기는 빈 하늘과 매 마찬가지이다. 빈하늘이나 지나가는 사람이나 사진 찍는 나나 모두 공허하다. 의미없음이다. 그저 찬바람이 불어 내 몸을 스치니 가을바다에 내가 있구나 느낄 수 있을 뿐이다. 모두 비어있는 가을바다에서 나를 느낄 수 있다니 이것도 아이러니이다. 空 一 烏 飛. 그 날 하루 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은 생각. 푸드덕 거리는 소리에 하늘을 쳐다보니 새는 보이지 않고 그 흔적만 남았다. 우리도 그와 같으리라. 2004.9.19 해운대 바닷가에서.
Mind/최호영
2004-10-01 09: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