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육지로 걸어왔다. 호주 여행 가서 첫 날을 보낸 후 골드 코스트 해변에서 산책을 하던 무렵이었다. 어떤 백인 한 사람이 친구들과 함께 놀러 왔다 갑자기 차디 찬 바다로 소리를 치며 뛰어 들었다. 그것도 걸치고 있던 옷을 모조리 벗어 버리고서. 겨울 바다여서 - 그래 보아야 한국의 늦은 가을 날씨 정도지만 - 찬 바닷물 때문에 빨리 그 사람은 바다에서 나와야 했다. 사람은 바다에서 부터 태어나 육지로 걸어 왔다. 아마 지금 우리의 양 팔은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지느러미 였을 테고 지금 우리의 폐는 바닷물의 짜디짠 소금물이 익숙한 아가미였을테지. 그리고 가끔(!) 인종차별 운운 때 거론되는 우리의 색색들이 나뉘어진 단백질 피부들도 하얀 파도를 그리워 했을 은빛 비늘의 옛 모습들을 기억하고 었지 않을까. 사람은 바다에서 부터 태어나 육지로 걸어 왔다. 같이 간 가족들은 바다로 뛰어든 어느 백인의 황당함에 웃음을 물었고 문득 나는 사람이 바다에서 태어나 육지로 걸어 들어 왔다던 옛날 어느 교과서의 문구가 생각났다. 아마 그 날은 문득 겨울을 알리던 늦가을 바람이 잠깐 교정에 머물렀던 날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 자작나무 올림
자작나무
2004-08-21 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