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 계단
계단을 인생에 비유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정말 어딘가, 계단의 모퉁이 어딘가 삶과 닮은 점이 숨어 있는지도 몰라요.
어쩌면 계단을 오를 때 왼쪽으로 걸어가세요, 하는 멘트 또한
삶과 여하한 연관이 있을런지도.
누구나 탁 트인 옥상까지 오르고 싶지만,
늘 모퉁이마다 번뜩이는 층수 알림 표지판에 눈이 먼저 가고
곳곳에 열린 무수한 비상구들에 마음을 빼앗기곤 하는 것처럼.
오늘 저녁, 보름 쯤 결혼을 앞 둔 친구 녀석의 전화를 받았죠.
녀석은 자신의 결혼식에 대한 소식대신 한 친구 녀석의 죽음을 알려왔습니다.
결혼과 죽음, 그 멀기만 하다고 느껴졌던 간극이 순식간에 줄어들면서,
한동안 꽤나 가슴이 먹먹해 졌습니다.
이젠 동반자와 함께 힘차게 계단을 올라설 녀석과,
이르게, 너무나 이른 때에 계단을 멈춰 선 녀석 사이의 간극이,
그렇게,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