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어느 날.
비 오는 날에 계단을 걷는다는 건 늘 고역이다.
젖은 평지보다 더 질퍽되는 계단에 자칫 잘못 발을 들여 놓으면
신발 안은 홍건한 물이 가득 고이게 된다.
비가 오는 어느 날,
친구로 보이던 두 여학생이 비가 내리는 계단을 한 칸 두 칸 올라간다.
과연 내게는 저 두 사람처럼 비오는 날에 같이 계단을 걸어갈 친구가 있었던가.
가끔은 어떤 한 순간을 가둔 사진이 진지하게 마음 속을 파고들 때가 있다.
비단 혼자 만의 생각일 뿐이라도 말이다.
-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