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 이미 이사를 떠난 온 집 베란다에는 낡은 빨래 걸이가 매어 달려 있었다. 언젠가는 활기차고 쌩쌩한 새것의 모습이었을 철제로 된 빨래 걸이.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어느 순간 물에 젖어 무거운 빨래들을 열심히 널고 있었을 그 주인 앞에서 이미 낡고 녹슬은 빨래 걸이는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한 쪽 어깨를 힘없이 늘어뜨리고 말았을 게다. 그 떨어져내린 한 쪽 어깨와, 그 땅에 떨어져버렸을 자존심. 그리하여, 또 다른 누군가가 매어놓았을 저 빨래걸이의 끈. 임시방편의 줄넘기 끈은 그 정경만으로 슬퍼보인다. 매어져 있는 것과 매어질 것들. 또 매어져있어야 하나 떨어진 것들. 끈.
미니film
2004-06-18 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