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속으로
# 1994년도 였던가.. 그 이듬해 였던가.. 휴학을 하고 어두운 종로의 한 골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나는..
아침부터 밤까지 쉼없이 부려먹었으나 후한보수를 주던 한 사장을 만났다.
그녀의 담배피우는 모습은 너무나 그럴듯 했기 때문에.. 이후로도 난 죽~ 담배를 멋지게 피우는 여자들을 동경했다.
그래도 가장 좋았던것은 그 사람의 폐속을 한바퀴 휘감아 나온 흰 연기가 내 속을 돌아 다니는 것...
그랬지, 섹스보다도 더 황홀하게 좋았지.. 습관이란게 참 무섭거든..
사랑한다 사랑한다 몇번을 다짐하고 나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을것 같아서..
꺼내어 놓기가 그리도 겁났더라.. 모든것이 미숙했던 그때.. 모든것에 능숙해 보이던 그녀가 당연하게도
고백한번 멋들어지게 해내지 못했던 그 사내를 떠난것은 그 일이 있은 후 그리 오래 지나지도 않은 때였지..
그 이후로는 무얼 해도 능숙해 보이길 바랬던 것 같아...
자욱이 퍼지는 담배연기는 오늘 같은 밤엔 더 없이 멋진걸..
잠 이룰수 없을땐 더더욱 그렇지.. 이불을 끌어안고 불면과 싸우던 무덥던 여름밤엔 더 더더욱 그럴걸...
울음소리가 창문을 두드려 대던 밤, 끓어오르는 신음을 안고 열병과 싸우던 그 여름이 다시 오면..
또 멍하니 하루종일 담배를 태워낼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