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날도 미스김은 여느와 다름없이 몇병의 소주를 비우고 두주전에 헤어진 애인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벌써 8년이다.. 8년.. 8년을 한결같았다곤 못해도 함께한 사람..
그 마지막 밤에는 잠까지 설쳤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의 시작이었고. 세탁한지 얼마되지 않은
침대보에선 낯선공간의 냄새가 났다.. 공기처럼 익숙한 그의 숨소리를 들으며 유난히 검어서 좋아한다던
큰 눈동자를 껌뻑이며 하릴없이 숫자를 세던 밤. 창밖에선 한해를 그리도 지루하게 했던 비가 또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해가뜨고 다시 어두워지면 내 표정 어디에서도 그를 찾을수 없게 되겠지.
어제도 미스김은... 취하면 방한구석에서 웅크리고 앉아서 졸았다. 졸고있는 모양을 그가 보고있었다면
아마도 흔들어 깨웠을 것이지만, 아마도 얇은 홑이불을 덮어주었을 것이지만 이제.. 그럴일은 없을것이다
그녀는 곧 오늘도 웅크린채로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 두 팔로 무릎을 감싸안고서 잠에 빠져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