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5.21 그리고 10년 - 13 <후회없는 선택> 산토리니에서의 마지막이 조금씩 줄어들어갈 무렵 조바심이 나기 시작합니다. 산토리니의 마지막 일정으로 이아마을에서 보는 일몰을 계획했던 상황이라 혹여라도 놓친 것은 없는지 다시 한번 되새김질 해보던 중 이아마을 부근 절벽 아래로 길게 이어진 길이 보입니다. 길을 따라 시선을 쫓아가니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유람선을 타고 온 여행객들이 항구에 정착한 후 길을 따라 마을로 접어드는 통로입니다. 통로를 따라 사람과 당나귀들이 뒤섞여 가며 당나귀를 탄 여행객들이 짐을 당나귀 등에 가득 실어 놓고는 느긋하게 언덕을 오르는 모습이 여간 탐이나는게 아닙니다. 여기를 가보질 않으면 후회가 될 것 같아 아내를 이끌며 재촉합니다. 마을 골목 양쪽으로 수많은 상가 쇼윈도우에서 눈길을 못떼는 아내는 수시로 가는 내내 이곳 저곳 상점에서 상품을 구경합니다. 기념품을 하나 사더라도 수십군데를 들러 같은 상품을 비교해보고 얼마 차이 나지 않은 가격들에도 조금 더 싸고 질좋은 상품을 찾으려고 발길을 멈추어 버립니다. 이래 저래 십여개의 상점들을 더 들러 도착한 곳은 여행객들을 등에 실어 나르는 당나귀가 도착하는 목적지 부근입니다. 산토리니 현지인들로 보이는 주민들이 당나귀를 타고 관광을 유도하는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걸로 보이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고는 출구 부근을 살피다가 문득 저 곳은 지나기만 해도 돈을 지불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 이 근처까지 오는 것은 제가 주장하긴 했지만서도 절벽 아래까지 내려가 보는 것은 내키지 않았습니다. 일몰을 볼 수 있는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서는 무리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안된다고 하였고 아내도 처음에는 절벽 아래로 내려가고 싶어하던 마음을 금방 접었습니다. - 여행을 다녀와서는 내내 머리속에서 그려지지 않는 풍경 하나가 있습니다. 절벽길을 따라 내려가며 볼 수 있는 풍경과 항구에서 바라보는 마을 언덕의 풍경들.. 보지 않았으니 그려지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행이 모두 끝난 후 후회하지 않으려면 볼려고 마음 먹은 것은 보는게 좋습니다. - 그렇게 근처에서 어슬렁 거리며 발길을 돌리려니 아쉬움이 한가득입니다. 현지인들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몇장을 찍고는 기념에 남기려고 어르신 한분에게 어눌한 영어로 사진.. 여기 손짓 발짓.. 아내와 with.. 촬칵... ok? 하니 손을 길게 내밀며 이리 오라는 시늉을 합니다. 아내가 재빨리 다가가 어르신의 팔짱을 끼고는 환하게 웃습니다. 고마움을 표하고는 서둘로 걸어온 길을 거슬러 올라가 일몰이 잘 보인다는 이아마을 끝으로 이동하였고, 날이 저물어 더 거세고 차갑게 불어대는 바람을 온몸으로 견디며 기다림의 끝에 맞이한 일몰은 한국에서 보던 그것과는 기대 이하의 모습이었습니다. 관광으로 지칠대로 지치고 허기진 상태라 돌아오는 길에 들른 이아마을 식당에서 먹은 그리스 음식은 꽤나 맛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산토리니의 마지막 밤이 저물어 갑니다.
싸구려찬장에붙은칼라사진한장
2012-05-02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