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5.21 그리고 10년 - 9 <지중해... 바람> 첫번째 목적지로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피라마을을 가기로 합니다. 이미 시간은 오후로 들어서는 길목인지라 많은 곳들 돌아다니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차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피라마을은 광고에서 많이들 보아왔던 파랑색 지붕들과 흰색 집들이 벼랑같은 언덕에 빼곡히 들어서 있는 곳입니다. 여전히 일방통행에 적응되지 않아 가는 방향과 오는 방향을 헤깔려하며 도착한 피라마을 입구에 적당한 곳에 주차를 해두고 그토록 꿈에 그리던 산토리니의 상징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길거리에 즐비한 기념품 상점들을 돌아올 때 자세히 보자고 하고는 대충 훑어서 가길 30분 정도 지나자 탁 트인 넓은 지중해 바다와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옹기종기 모여있지만 그 모습이 너무나 장관인 하얀색 언덕 집들을 눈에 담는 순간 몇일간 고생하며 속상하던 마음속 응어리가 일순간에 씻겨 내려갔습니다. 차마 모든걸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그 장면은 평생 한번 볼까말까한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다 표현하기 힘들 정도이고 굳이 표현하자면 어안렌즈로 찍은 사진을 가끔 보면 참 시원하다.. 로 느끼는 감동에 수백배는 달할거라고 장담합니다. 끝없이 펼쳐진 푸른색 바다와 푸른 하늘의 잊지못할 장면들을 모두 보여줄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푸른색 흰색과 더불어 잊지못할 기억 하나가 바람입니다. 지중해 바람은 탁 트인 해안 언덕 위로 막힘없이 불어재꼈습니다. 아내가 쓴 모자는 너무도 쉽게 날려 버렸고 이내 모자와 치마를 부여잡는데 신경을 바짝 써야할 정도로 바람은 끊임없이 줄기차게 그리고 세차게 불었습니다. 피라마을에서 내려다 보이는 바다를 보면 중간 중간 지나가거나 정박해 있는 커다른 유람선을 볼 수 있습니다. 그 크기도 장관이지만 파란색 바다와 아주 잘 어울리는 색상의 배들이 참으로 멋집니다. 다음날 오전 호텔에서 만난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에게 들은 얘기로 바람이 너무 심해서 예정과 달리 하루를 더 배에서 지냈다고 합니다. 마음 속으로 비행기로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며 우리가 고생한 고생들보다 그냥 하루 까먹은 분들에 비하니 위안(?)이 되었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에 비해 구경할 것들이 너무 많은 탓에 우선 눈에 슬쩍슬쩍 담는 정도로 피라 마을 상가들을 구경하고 멋진 길거리 음식점에서 실수 없는 음식 주문까지 더불어 즐기며 산토리니 하루를 멋지게 보냈습니다. 아내의 얼굴에 핀 행복 가득한 미소가 담긴 사진들을 찍어가며 저 스스로도 뿌듯하고 이번 여행을 계획한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싸구려찬장에붙은칼라사진한장
2012-03-26 0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