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5.21 그리고 10년 - 6 <식사 주문과 10년전 경험> 여행지에서 빠질 수 없는 대목이 현지에서 먹는 음식일 것입니다. 아내와 저는 발바닥의 감각이 무뎌질 정도로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담고 다양한 기념품들을 구경하고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 틈에 뒤섞여 다니면서 왔던 길을 또 가고 혹시라도 빠트리고 가보지 않은 곳은 없는지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던 중 눈에 띈 노천 테이블에서 음식들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도 저 곳에서 식사를 해야겠다 싶어 아내도 동의하였고, 이내 좀 더 멋진 장소를 찾아 다시 지나온 길들을 되새겨 가며 골목골목을 누볐습니다. 한끼 식사 해결 보다.. 적지 않은 돈을 들여 여행지에서 하는 경험을 추가함에 있어 후회되지 않은 장소를 선택하려 발바닥에서 전해져 오는 열기 보다 추억을 남기는데 더 중요한 가치를 두어야 했던 저희가 지금에 와서는 조금 후회가 됩니다. 그렇게 꽤나 오랜 고민 끝에 더이상 지쳐오는 몸을 버티기 힘들어 마침 눈에 들어온 가까운 곳에 있는 식당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스 여행 전 사전 지식으로 알아본 몇가지 음식들의 이름이 머리속을 지나갔고 그 중 메뉴판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던 Greek Salad(일명 : 그리스식 샐러드)와 다른 하나의 음식을 시켰습니다. 이렇게 외국에서 음식을 주문해서 먹어본 경험이 2번째인 저희는 나름 경험치를 발동하여 여유로운척 즐기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밀려오는 불안감은 감추기 힘들었습니다. .... 10년전 신혼여행지로 간 프랑스 파리 상제리제 거리 노천 카페에서 식사를 주문하였고 몇날 몇일을 맞지 않는 현지 음식들로 괴로워 하며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던 저희는 반드시 고기를 먹어야 겠다는 일념하에 메뉴판에 고기를 의미하는 beef 라는 글자만 찾아 주문하였습니다. 푸짐하게 먹고 싶은 충동까지 겹쳐 꽤나 고가에 - 약 120프랑 가량이며 10년전 프랑스는 현재 사용되는 유로가 아닌 자체 통화 단위인 프랑을 사용하였으며 1프랑이 약 1100원이 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해당되는 메뉴 1개와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메뉴 1개를 같이 주문하였습니다. 첫번째로 나온 메뉴는 저렴하게 주문했던 메뉴로 예상보다는 먹을만 하여 다행으로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고가의 메뉴가 나왔을 때 저희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얇은 접시 위로 핏물이 흥건하게 있고 약 2~3mm 정도 되는 소고기가 거의 익지 않은 상태로 달랑 1장이 나왔습니다. '쿵'.... 가슴이 철렁 내려 앉은 소리입니다. '120 프랑... 120 프랑.... 120...' 정말이지 이 상황을 어찌해야할지 모를 정도로 난감해 했고.. 하소연할 수도 없는 저희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정말 눈문을 머금고 그 얇디 얇은 소고기를 나누어 먹으며 곱씹고 또 씹었습니다. 그렇게 음식을 모두 먹자 계산서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계산서에는 많은 글자들과 금액이 적힌 숫자들이 있었고 우리의 눈에 들어온 숫자는 정말 이걸 먹고 이 돈을 내야 하다니.. 싶을만큼 치가 떨릴 정도였습니다. 몇날 몇일을 돈을 아껴가며 비싼거 안먹고 가급적 걸을 수 있는 거리는 걸어서 아꼈던 돈을 한방에 날리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계산서에 적힌 금액을 지불하려 하자 종업원은 계산서 하단에 적힌 문장을 보여 줍니다. '아.. 서비스 요금... 10%' 정말 '젠장' 이었습니다. 너무 아끼면 결국 한방에 거덜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준 경험이었습니다. .... 아테네 식당에서 즐기는 식사는 걱정했던 것보다 훌륭했습니다. 근데 이상했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식사 후 계산도 하지 않고 그냥 일어서는 것입니다. 저희는 식사 내내 다른 테이블을 주의깊게 살피며 계산과 팁(서비스 요금)을 어떻게 지불하는지 눈여겨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마다 테이블 위에 돈을 올려두고 그걸 컵이나 그릇등으로 올려두어 고정시켜두고는 자리를 뜨는 것입니다. 주의 깊게 보길 잘한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한것이 그럼 잔돈은 어떻게 받는걸까요? 정말 이상했습니다. 사람들이 하나같이 잔돈을 다 팁으로 주는 것이란 말인가요? 저희는 한 테이블만 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식사를 끝내고서도 한참을 더 지켜봤는데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아내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러고보니 정말 식사를 빨리 하고 자리를 빨리 뜨는 것 같다. 저 외국인들을 봐.. 음식 시켜 놓고 먹는 것보다 무슨 할말들이 저리 많은지 쉴새없이 얘기를 하네.." 정말 그랬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일어나는 테이블을 하나만 더 보기로 했던 계획은 결국 한국인의 특성 상 더이상 앉아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장사의 방해가 되는건 아닐까 하는 국민성이 발동하여 결국 결정을 내려야만 했습니다. 계산서를 요청해서 받고는 대략 10% 서비스 요금까지 포함한 다음 합산해 보니 그닥 잔돈이 많이 차이 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쿨한척 서비스 요금 더 내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일어섰고.. 눈짓으로 종업원에게 음식값이 컵 밑에 두었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가려던 저희를 지배인쯤 되보이는 분이 불러 세웠습니다. 그러고는 잔돈을 주는데 서비스 요금을 전혀 포함하지 않은 순순히 음식값만을 계산한 나머지를 주는 것입니다. 음식값에 포함이 되었던건지 아니면 저희가 불쌍해 보여서 안받은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그 지배인은 몇가지 질문을 하며 저희가 한국인임을 알려주자 몇마디 우리나라 말까지 유창하게 곁들이며 당황스러워하던 저희를 유쾌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식당을 빠져나오며 이 일은 훗날에 재밌는 에피소드가 될거 같다고 머리속에 담고는 시내로 향했습니다.
2012-02-27 0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