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5.21 그리고 10년 - 3 <익숙한 듯 다른> 카타르 도하에서 출발한 그리스 행 비행기는 무사히 아테네 공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지중해 바다를 건너 그리스의 여러 섬들을 지나는 동안 이제 드디어 여행으로서의 본질에 성큼 다가선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아테네 공항에 도착하여 픽업을 위해 나온 택시를 타고 도심지로 향하는 동안 서서히 불안해 지기 시작합니다. 그리스 도착 첫날부터 택시 지붕을 때리는 빗방을 소리와 호텔로 향하던 택시는 그리스 전역에서 펼쳐지는 시위대들을 피해 골목길을 돌아 돌아 호텔과 거리가 좀 떨어진 곳에 도착하였습니다. ... 사실 그리스 여행을 준비하기 시작하던 때에 이미 그리스는 여행주의 국가로 분류되어 있었습니다. 2010년 4월경 아이슬란드에서 터진 화산으로 인해 유럽 전역이 비상사태였고, 수많은 항공사들이 결항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그리스는 경제 위기에 따른 정부에 대항하는 시위가 매일 반복되었고, 심지어 여행 1주일 전에는 시위대가 관광객을 공격했다는 뉴스도 나왔습니다. 무모한건지 용감한건지.. 그저 평생 한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 그리스와 산토리니의 아름다운 풍경에 오래전부터 매료된 저는 그런 뉴스 따위는 한귀로 흘려버릴만큼 대담해 졌습니다. ... 트렁크에서 캐리어를 꺼낸 운전수는 저희 부부를 안내하며 빠른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도심에 있는 작은 공원을 가로질러 비슷하게 생긴 건물 사이를 지나 호텔이 보이는 먼 발치에서 호텔을 손짓으로 안내하여 주었습니다. 호텔로 걸어가는 동안 짓다만 건물이 흉측하게 방치되어 있고, 골목 사이 사이 불에 타버린 상가들과 무리지어 지나가는 시위대들을 보면서 다양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갑니다. '자기 나라는 경제 위기로 힘들어 하는데.. 관광 온 우리에게 헤꼬지하면 어떻게 하지?' 빠른 걸음을 재촉하여 부리나케 호텔로 들어가 객실 배정을 받고는 여행 피로를 풀 생각은 뒤로 한채 아내가 창밖을 내다보며 근심어린 표정을 짓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익숙하게 보던 장면인데 낯선땅에서는 덜컥 겁도나고, 한편으론 왠지 모를 동질감으로 힘이 되어 주고 싶다는 생각도 한켠 들었습니다. 어느 나라나 서민들에게는 못마땅한 정부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고 불만을 적절히 해소할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결국 행동으로 표현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낯설지만 공감이 되기도 한 묘한 감정이 반복되게 되었습니다. 낯선 땅... 불안한 정국... 반복되는 불운... 이런 모든 것들로 인해 소극적으로 변해버린 제 자신과 상황 극복이라는 과한 의무감이 후에 있을 엄청난 사건을 야기시키게 될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2012-02-09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