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5.21 그리고 10년 - 2 <낯설음으로의 초대> 그리스행 비행기로의 경유를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약 3시간 가량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아직은 조금 쌀쌀한 새벽공기로 인해 차가운 공기가 감싸고 도는 낯선 공항 대기실에서 다른 여행객들을 살펴보는 것이 같은 여행자로서의 동질감과 동시에 내 품에 가진 여행 경비에 대한 보호 본능으로 인해 아내와 저는 교대로 화장실을 사용하며 부시시한 얼굴과 머리를 바로 고쳤습니다. 혹여나 실수하지 않을까 두려워 탑승 게이트를 일찌감치 찾아놓고는 남은 시간동안 딱히 할거리를 찾지 못한채 묵묵히 대기중이던 아내가 가방 속에 쟁겨둔 자그마한 스케치북을 꺼내 무얼 한참 그리기 시작합니다.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고 그게 제 얼굴임을 알아차리기에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제 기분을 돌려 주려고 애를 쓰는 모습 속 밝은 웃음에는 웃음 이외에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실 도하로 오는 비행기 안 좌석이 다른 탑승객들이 이용하는 좌석보다 매우 불편한 좌석이어서 (일반석 가운데 좌석 중 좌석 4개가 3개로 줄어드는 비행기 꼬리 부분 좌석) 상당히 자리가 좁았고, 장시간을 그렇게 오다보니 여행에 대한 아름다운 꿈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 순간을 빨리 벗어났으면 싶고 돈없는 설움이 머리속을 꽉 채웠습니다. 이렇게 불편한 좌석이 할당되기 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여행 전날에 미리 생각해 둔 수속 시간을 줄이기 위한 인터넷 수속이 오히려 해가 되었습니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인해 제가 처리한 방법이 수속을 밟기 위해 줄을 서는 대기 시간을 줄여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탑승 시에 줄을 서지 않고 탑승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였고 결국 줄을 설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탑승객들 뒤에 오랜 시간 줄을 서서 대기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저희 차례가 돌아왔을 때 수속 담당자는 저희를 친절하게도 옆에 비어 있는 인터넷 수속 전용 창구로 안내하였고... 남들보다 한참이나 뒤쳐저 자리 배정을 받게되어 불편한 좌석이 배당된 것입니다. 이것이 이번 여행에서 나중에 올 더 큰 위기를 암시하는 복선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2012-02-06 1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