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권(洪淳權) 묘역번호: 2-52 생 애: 1960.11.28 ~ 1980.05.27 성 별: 남 출 생 지: 광주 사망 원인: M-16 총상 사망 장소: 전남도청 구내 기 타: 재수생 유 족: 홍순백(형) 1980년 5월 27일 새벽 4시 도청 앞은 계엄군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었다. 서치라이트가 도청을 비추었고, 시민군의 총에 서치라이트가 박살났다. 계엄군의 일제 사격이 시작되었다. 아름다운 ‘폭도’들이 그날 새벽 도청 안에서 카빈총을 들고 마지막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홍순권은 27일 새벽 도청에서 다른 벗들과 형들과 함께 생을 마쳤다.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대학에 실패한 그는 재수를 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어머니와 함께 다니던 북동성당에 꾸준히 나가며 가톨릭 농민회 활동을 하며 일찍 사회활동을 시작했다. 당시의 농촌의 가난과 피폐가 제도적이고 구조적인 모순에서 오는 것이며, 개발정책이라는 것이 값싼 노동력을 위해 농어촌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또한 군부와 족벌 중심의 정치체제로는 어떤 진보도 가져올 수 없다는 것, 전두환 등의 신군부가 정권을 탈취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켜 광주를 처참하게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안 그는 매일 시위현장을 쫓아다니며 광주시민들에게 민주화를 위한 투쟁을 위해 함께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20일 이후부터는 집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21일 계엄군의 일시 퇴각이 이루어지고 홍순권은 도청의 수습위원으로 참여하면서 도청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누구라도 한번쯤은 시내상황이 궁금했고, 누구라도 한번쯤은 시민군의 차에 타고 ‘신군부 타도’를 외쳤던 그때, 홍순권의 형 홍순백 씨도 차를 타고 시내를 돌아다니다 도청에 있는 동생을 보았다. 동생이 걱정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라고 윽박을 지르기도 했다. 어린아이로만 생각했던 동생이건만, 굳건한 자신의 철학을 가진 순권은 말을 듣지 않았다... 순권이가 죽었으니 망월동에 가서 시신을 확인하라는 연락이 아버지에게로 왔다. 직장에 나가고 없는 아들을 대신해 순권의 누나에게 연락을 했다. 누나와 매형이 망월동으로 달려가 순권의 죽음을 직접 확인했다. 순권은 총을 들고 마지막까지 도청에 남아있던 폭도라 했다... 형 순백 씨는 1년 넘게 동생의 무덤에도 찾아가지 못했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어떤 세력이 자신에게 달려든다면, 혼자서는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그는 몸을 사렸다. 그래서 동생의 마지막 가는 길에도 함께 해줄 수 없었다. 미안하고 죄스러웠지만 그때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집 밖에서 진을 치고 있는 경찰들을 본 이웃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저 집은 빨갱이 집인 갑다. 어째 경찰들이 저렇게 맨날 있다냐?” “빨갱이 짓을 한 놈이 있는 갑다.” 1981년 어느 날 그는 망월동을 찾았다. 혼자 외로이 떨고 있는 동생을 찾아가 위로해주어야 할 것 같았다. 더 미루면 동생이 자신을 야속한 형이라고 탓할 것만 같았다. 순권의 무덤 앞에 엎드린 형의 눈에서는 쉼 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옷소매로 훔쳐내고 손등으로 닦아내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순권아, 네가, 네가…. 형이 잘못했다. 인자서 찾아와서 미안하다, 순권아. 형 원망 많이 했지야? 미안하다. 아이고, 아까운 내 동생. 어찌끄나, 어찌끄나…. 너 같이 착한 놈을 누가 폭도라고 한다냐? 순권아 이놈아 대답 좀 해봐라. 어째서 폭도로 몰려서 이러고 가만히 있냐? 인나보란 말이다 이놈아, 이 나쁜, 나쁜 놈아. 아이고, 어무니, 우리 순권이 좀 지켜주지 그랬어라. 좀 살려주지 왜 벌써 데려갔소. 아이고 어무니!” 5․18 민중항쟁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 中에서 http://www.raysoda.com/hyunreen [에필로그] 숨막히도록 조여드는 가슴 쓸어내리며 백여덟 분의 자취를 따라 오는 동안, 한없이 초라한 욕망들이 부끄러워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에게 남겨진 몫이란 것이 탄식과 자조 속에서의 추억함만이 아님을 알기에, 그 치욕스러운 시대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탄식과 자조를 넘어 새로운 실천을 모색하고 싶었습니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그 치욕 속에서 해방에의 열정으로 거대한 적에 부끄럽지 않게 맞섰던 그해 오월의 당신들, 그리고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뜻을 함께 해주신 분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2007-05-27 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