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배(姜貞培) 묘역번호: 2-14 생 애: 1952.01.07 ~ 1980.05.23 성 별: 남 출 생 지: 광주 사망 원인: M-16 총상 사망 장소: 북구 운암동 광주변전소앞 노상 기 타: 미장공 유 족: 강정환(형)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당가요?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못허게 여기고 징허게도 두들겨 팬당게요. 참말로 나쁜 놈들이여.” 기동성이 있어 편하다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매일 시내를 오가는 동생을 보면서도 정환 씨는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저녁이면 어김없이 옷을 탈탈 털고 별일 없었다는 듯이 들어서는 정배 씨는 계엄군의 피의 살육전이 벌어진 21일에도 무사히 집에 돌아왔다. 그렇기에, 그날 이후에는 더더욱 걱정할 것이 없었다. 23일 오토바이를 타고 나간 그가 시내를 돌아다니다 밤늦게 술을 한 잔 한 후 총을 맞고 운암동 변전소 안으로 옮겨져 가는 그 시각에도 가족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집에 돌아오지 않은 23일도, 그 다음날도 가족들은 염려하지 않았다. 워낙 열심히 시위하던 사람이라, 도청 어느 곳에서 자리를 잡고 사태수습을 위해 애쓰고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27일 새벽 계엄군이 다시 광주에 입성했고 도청이 함락되었다. 그렇다면 이제는 정배 씨가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도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그때서야 형 정환 씨는 ‘아, 정배가 죽었구나!’라는 직감에 사로잡혔다... 좌측 가슴에 관통상을 당한 정배 씨는 살아있는 채로 변전소 안으로 옮겨졌지만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되고 있었다. 고통스런 신음소리를 내면서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손 써주는 사람 없이 밤새 피를 흘리며 신음하다가 새벽녘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숨진 정배 씨를 천변 둑에 버려두고 계엄군은 철수를 해버렸다. 함부로 사람을 죽이고, 또 함부로 버려 둔 채 떠나버리는 것이 그들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었다. 돌아오지 않는 자식들 찾아, 형제를 찾아 발이 부르트도록 헤맬 가족들의 마음 따위는 그들의 머리에 없었다. 눈이 짓이겨지도록 흐르는 눈물 따위를 생각할 가슴이 계엄군들에게는 없었다. 정배 씨를 검시하던 검시관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죽은 것이라고, 지혈만 제대로 했어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가족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그러나 어디에 대고 정배를 돌려달라고 말을 해야 하는지 그곳을 알 수 없었다... 5․18 민중항쟁 증언록 [그해 오월 나는 살고 싶었다] 中에서 http://www.raysoda.com/hyunreen
현린[玄潾]
2007-02-22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