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늦가을 오후 어느 늦은 가을날 오후 어머니는 촤르르 넘어가는 햇살을 걷어 붉은 국수 다발을 뽑아 놓았다 어둠이 모기장처럼 펴져 내릴 동안 우리는 똑똑 햇살을 부러트려 하얗게 허기진 배를 채웠다 귀퉁이가 닳아빠져 창백한 플라스틱 소쿠리에 국수를 건져 곱게 물든 황혼을 빼낼 때는 촘촘히 빠져 달아나는 어머니의 푸른 꿈을 보았다 가을이 저 만큼 가고 있다
fall1782
2004-11-26 2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