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 중앙동30(골목안의 풍경13)
낡은 집
-이용악-
날로 밤으로
왕거미 출치기에 분주한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 손손에 물레줄은
동곳도 산호 관자도 갖지못했니라
재를 넘어 무곡을 단이던 당나귀
항구로 가는 콩시리에 늙은 둥글소
모두 없어진지 오랜
외양깐엔 아직 초라한 내음새 그윽하다만
테로네 간곳은 아모도 몰은다
찻길이 뇌이기 전
노루 멧돼지 쪽제피 이런것들이
앞뒤 산을 마음놓고 뛰어단이던 시절
털보의 셋째 아들은
나의 싸리말 동무는
이집 안방 짓두광주리 옆에서
첫 울음을 울었다고 한다
[털보네는 또 아들을 봤다우
송아지래두 불었으면 팔아나먹지]
마을 아낙네들은 무심코
차그운 이야기를 가을 냇물에 실어 보냈다는
그날밤
저릎등이 시름시름 타들어가고
소주에 취한 털보의눈도 일층 붉어란다.
갓주지 이야기와
무서운 전설 가운데서 가난 속에서
나의 동무는 늘 마음조리며 잘았다
당나귀 몰고간 애비 돌아오지않는 밤
노랑 고양이 울어울어
종시 잠 이루지못하는 밤이면
이미 분주히 일하는 방앗간 한구석에서
나의 동무는
도토리의 꿈을 키웠다
그가 아홉살 되든 해
사냥개 꿩을 쫓아단이는 겨울
이집에 살던 일곱 식솔이
어대론지 살아지고 이튼날 아침
북쪽을 향한 발자옥만 눈우에 떨고있었다.
더러는 오랑캐영 쪽으로 갔으리라고
더러는 아리사로 갔으리라고
이웃 늙은이들은
모두 무서운 곳을 짚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않는 집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제철마다 먹음직한 열매
탐스럽게 열던 살구
살구나무도 글거리만 남았길래
꽃피는 철이 와도 뒤울안에
꿀벌 하나 날아들지 않는다.
-1938 출전 [낡은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