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향기속의 눈송이를...
눈송이가 꽃송이가 되어 내게 달려왔습니다.
달리는 차창에 쏟아져 들어오는 눈발의 유혹에
창을 열고 눈을 맞으며 한참을 그렇게 달렸습니다.
참 오랜만에 얼굴에 닿는 차가움이
짜릿할 만큼 신선하다는 생각...
춤추는 눈송이속에서 보이는 꽃들의 춤을 기억해냈습니다.
벚꽃이 바람에 흐드러 질때
커다란 장미송이가 풀어져 내릴때
그리고 라일락 향기속의 눈송이를...
차를 내려 집을 돌아돌아 걸었습니다.
눈사람이 될때까지...
저 눈을 내리는 곳에 사는 내 친구를 기억해봅니다.
그 친구 손을 잡고 길게 길게 걸어봐야겠습니다.
눈을 맞으며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해보려구요...
종일 내리던 비가 어느새 그쳐버린 저녁 무렵의
나뭇잎 사이 스치며 지나가는 바람결이 고운데,
너는 지금 어디에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그 얘기를 기억하는지?
언제였던가
새벽이 오는 줄도 모르고 수많은 얘기를 했었지.
그땐 그랬지.
우리의 젊은 가슴속에는 수 많은 꿈이 있었지.
그 꿈에 날개를 달아 한 없이 날고 싶었지.
다시 어둠 내리고
이렇게 또 하루가 접혀져 가고
산다는 일은 어디까지 가야 끝이 날지 모르고
너는 지금 어디에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그 얘기를 기억하는지…
강물은 흐르고 흐르는 강물따라 세월은 흘러
지나가버린 바람처럼 젊음 또한 가버리고
너는 말했지
서로가 다른 길을 걸어도 우리 함께 간다고
지금 이렇게 혼자서 밤거리를 걸으면
구멍난 가슴 사이로
만나고 싶은 누구라도 한사람 있으면 좋겠단 생각
너는 지금 어디에 무엇을 생각하고 살고 있는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그 얘기를 기억하는지…
이병우 / 그리운 친구에게